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오너가 있는 64개 기업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을 발표한다. 이사회 중심 경영문화를 뿌리내리고 오너가의 책임경영 측면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올해 처음으로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 상승 전환했다. 공정위의 바람이 조금씩 이뤄지는 것일까. THE CFO는 주요 그룹별 오너가의 등기이사 등재 현황과 실상을 살펴봤다.
네이버에서는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비롯한 오너 일가의 등기임원 역임 흔적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 GIO는 2018년부터 국내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순차적으로 내려놓으면서 현재도 미등기임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남동생인 이해영 씨만 유일한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마저도 '지음'이란 이 창업자의 개인회사다. 지음의 이사는 이해영 씨 한 명뿐이라 이사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남동생 이해영 대표, 유일한 등기임원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네이버 계열사 가운데 등기이사로 등재된 오너일가는 단 1명 뿐이다. 그 주인공은 이 GIO의 2촌 관계(남동생)인 이해영 씨다.
이해영 씨는 지음의 대표이사(CEO)로 유일한 사내이사다. 지음은 이 GIO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곳으로 사업경영자문을 영위하는 일종의 투자회사다. 직원 수는 대여섯 명 정도다.
남동생 이 대표를 제외한 오너일가 중 등기이사로 등재된 이는 없다. 네이버를 창업한 이 GIO는 1999년 법인 출범 이래 등기이사직을 수행해 왔으나, 2017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2018년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이 GIO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배경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지정이 꼽힌다. 당시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의 GIO 직무 전념을 이유로 들었지만, 재계에서는 총수 지정 시 따라오는 법적 책무를 회피하려는 시도였다는 분석이 중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GIO는 2017년 8월 지분 11만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며 지분율을 4.64%에서 4.31%까지 낮췄으며, 6개월 만에 또 19만5000주를 정리하며 지분율을 3.72%로 낮췄다.
◇이해진 창업자, 실질 지배력은 90% 이상
등기이사직에 물러났다고 해도 공정위는 이 GIO를 네이버 총수로 보고 있다. 이 GIO 지분율이 4%에 미치지 못하지만 네이버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다.
공정위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네이버의 전체 내부지분율은 93.73%에 달한다. 내부지분율은 계열회사의 총발행주식 중 동일인(총수)과 관련자(친족·계열사·비영리법인·임원 등)가 보유한 주식의 비율로 공정위가 창업주 및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측정할 때 활용하는 지표다.
내부지분율이 높을 수록 오너의 뜻에 동참해 줄 수 있는 직간접적 우군이 많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낮은 지분율에도 이 GIO의 네이버 지배력이 높다고 해석하는 이유다. 같은 기간 기업집단의 전체 내부지분율 평균은 61.71% 수준이다.
또한 작년 9월 말 기준 네이버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9.3%), 2대 주주는 블랙록 펀드(5.05%)로 1·2대 주주 모두 네이버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비율이 69.21%로 3대 주주인 이 GIO의 지배력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역시 이 GIO가 최수연 네이버 CEO보다 많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이 GIO의 보수는 12억4800만원으로 최 대표는 같은 기간 10억5200만원을 보수로 지급받았다.
◇미국·유럽 집중…라인플러스도 손 떼
이 GIO는 라인플러스 사내이사도 사임하면서 국내 등기임원직을 모두 내려놓았다. 2013년 라인플러스 설립부터 사내이사직을 유지했지만, 2019년 연임을 포기했다. 그동안 이 GIO는 라인플러스 사내이사직은 유지하며 해외 사업 확장에 집중했었다.
퇴진 사유는 미국과 유럽 진출이었다. 해외 사업 전념을 위해 외국에 오랫동안 머무는 만큼 1년에 여러 차례 열리는 이사회에 매번 참석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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