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 동일인인 정창선 회장과 그의 아들 정원주 부회장(대우건설 회장 겸임)은 여러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등기임원으로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도 맡을 만큼 책임경영을 피하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두 사람은 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이자 중흥그룹을 재계 서열 20위로 만든 대우건설, 그리고 대우건설 1대주주이자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중흥토건에서는 등기임원으로 근무하지 않고 있다. 대신 대우건설에는 정 회장 사위인 김보현 씨가 사내이사로 법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다. 중흥토건에는 정 회장 부자뿐 아니라 다른 친인척도 등기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흥그룹은 총 52개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자산 기준으로 대기업집단 순위는 20위다. 공정거래법상 중흥그룹을 지배하는 자연인(또는 법인)은 정창선 회장이다. 1943년생으로 광주에서 태어난 그는 1989년 그룹 모태인 금남주택(현 중흥건설)을 세웠다.
정 회장과 그의 친인척 가운데 중흥그룹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으로 근무하는 인물은 총 5명이다. 정 회장을 비롯해 처인 안양임 여사,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 3촌 혈족인 최준호 씨, 1촌 인척인 김보현 씨다. 차남인 정원철 씨와 독녀인 정향미 씨는 중흥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이 중 정원철 씨는 충청남도 등지에서 시티산업개발 등 별도의 건설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 회장은 중흥건설산업과 중흥에스클래스, 나주관광개발, 중흥주택 등 4개 계열사 등기임원이다. 중흥주택에서는 일반기업 대표이사에 해당하는 대표사원과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안양임 씨는 중흥건설과 중흥산업개발 등 2개 계열사에서 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중흥주택에서는 무한책임사원으로 있다. 무한책임사원은 일반기업 사내이사에 해당한다. 중흥주택은 합자회사로 등기임원 명칭이 상이하다.
장남인 정원주 씨는 중흥주택 무한책임사원이다. 중흥주택은 정 회장과 처, 장남 3명이 모두 등기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곳이다.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지는 않았지만 동일인 일가가 함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외에 중흥개발과 세종중흥건설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그의 공식 직책은 그룹 부회장 겸 대우건설 회장이다.
3촌 혈족인 최준호 씨는 세종이엔지 사내이사와 나주관광개발 감사를 맡고 있다. 최 씨와 정 회장 간의 정확한 관계는 알려지지 않는다. 3촌 혈족으로는 본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형제자매나 본인 형제자매의 자녀들 등이 해당한다.
1촌 인척인 김보현 씨는 정 회장 딸인 정향미 씨의 남편으로 정 회장에게 사위다. 김 씨는 2022년 중흥그룹에 편입된 대우건설에서 사내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김 씨의 공식 직책은 헤럴드 부사장과 대우건설 총괄부사장이다. 공군사관학교 36기로 준장으로 예편했다.
이처럼 정 회장은 처와 장남, 사위, 3촌 혈족 등과 함께 그룹 주요 계열사를 통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단 주목되는 점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중흥토건과 중흥그룹을 대기업집단 순위 20위로 만든 대우건설에서는 정 회장이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장남이자 사실상 그룹 서열 2위인 정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정창선·정원주 부자의 책임경영은 중흥토건과 대우건설까지는 미치지 않고 있다.
중흥토건은 정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그의 개인회사다. 또한 대우건설의 1대주주(지분 40.1%)이자 그룹에서 가장 많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곳으로 평가된다. 대우건설은 매출과 자산 면에서 그룹의 최대 계열사다.
아울러 정 회장 장손이자 정 부회장의 장남인 정정길 상무는 대우건설에서 경영 수업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등기임원은 아니다. 정 상무는 아버지의 중흥토건이 지분 75%를 들고 있는 다원개발과 새솔건설의 지분 20%를 각각 들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승계를 논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