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홀딩스가 일부 소각하고 남은 자사주를 모두 신설 재단법인에 무상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실적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HL홀딩스는 기존 중기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소각 규모 달성에 충분한 여유가 있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내년에 자사주 매입에 100억원을 다시 투입하게 됐다.
무상 출연분만큼 실적에 타격도 발생한다. 영업외비용이 확대되면서 당기순이익 폭을 줄이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배당 대상 주식이 많아지면서 배당금 지급 부담도 커진다.
◇'200억 소각' 조기달성 여유에도…내년 자사주 취득에 100억 추가 투입 HL홀딩스가 자사주를 장내에서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올해 11월까지 신탁계약을 통해 취득한 자사주는 합산 106만8193주다. 이중 지난해 5월 30만2660주를 소각한 데 이어 이번달 13일 29만5340주를 소각했다. 이번에 신설 재단법인으로 무상 출연되는 자사주는 소각하고 남은 전량(47만193주)으로 지분율로 따지면 4.76%(소각 후 발행주식총수 기준)에 해당한다.
HL홀딩스가 자사주 취득을 위한 신탁계약 체결을 공시할 때마다 내세운 명분은 '주주친화 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였다. 지난해 11월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때도 2024~2026년 3년간 총 2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는 내용이 담겼다.
HL홀딩스가 2020년부터 사들인 자사주는 금액으로 따지면 368억원이다. 2022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0억원,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70억원 등을 썼다. 이 때문에 기존 중기 주주환원 정책대로라면 2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이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애초 자사주 취득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HL홀딩스는 이번달 11일 기존에 발표한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수정해 올해 100억원, 내년에 100억원을 각각 소각하기로 했다. 이번달 13일 102억원(29만5340주) 규모 자사주 소각도 이런 수정된 중기 주주환원 정책에서 이뤄진 것이다.
잔여 자사주 물량(47만193주)을 모두 신설 재단법인으로 무상 출연하면서 HL홀딩스는 수정된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년에 소각 대상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100억원을 다시 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HL홀딩스의 올해 3분기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이 1542억원이므로 자사주 취득에 100억원을 투입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애초 충분한 자사주 규모를 고려하면 '굳이 들이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무상 출연분만큼 당기순익폭 축소…배당금 증가도 부담 신설 재단법인이 자사주를 가져가는 형태는 무상 출연이다. HL홀딩스로서는 자사주를 내주고도 받는 금액이 없기 때문에 무상 출연하는 자사주 가치만큼 비용으로 반영된다. 구체적으로는 기부금으로 반영돼 영업외비용으로 잡힌다.
2020년부터 취득한 자사주 전량(106만8193주)과 취득금액(368억원)을 고려한 주당 평균 취득금액은 3만4482원으로 이에 따른 무상 출연 자사주의 취득원가는 162억원이 나온다. 현재 재단법인이 설립을 위한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구체적인 무상 출연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일단 무상 출연하면 162억원 안팎이 올해나 내년 별도 기준 영업외비용으로 일시에 반영된다.
영업외비용이 커지면 당기순이익 폭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HL홀딩스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440억원이었으며 올해 3분기 누적으로는 706억원이었다. 현재 당기순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162억원 안팎의 비용 처리가 적은 수준은 아니다. 당기순이익은 재무건전성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지표인 자본총계에 영향을 미친다. HL홀딩스의 올해 3분기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84.5%다. 지주사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편이다.
향후 배당으로 나가는 현금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배당 대상 주식을 산정할 때 자사주는 제외한다. 자사주에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재단법인에 자사주를 무상 출연하면 해당 자사주는 배당 대상 주식으로 전환된다.
HL홀딩스는 매년 결산배당에 따른 주당 배당금으로 2000원을 매겨왔다. 현재 주당 배당금이 유지될 경우 재단법인은 매년 배당금으로 9억400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이는 지난해 결산배당 총액(191억원)의 4.9%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