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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등기이사 점검

4세 사촌경영 두산家, ‘미완의’ 책임경영

박정원·박지원 회장 대표이사 역임…박진원·박태원 부회장 계열사 미등기임원

이민호 기자  2024-03-08 07:39:31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오너가 있는 64개 기업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을 발표한다. 이사회 중심 경영문화를 뿌리내리고 오너가의 책임경영 측면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올해 처음으로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 상승 전환했다. 공정위의 바람이 조금씩 이뤄지는 것일까. THE CFO는 주요 그룹별 오너가의 등기이사 등재 현황과 실상을 살펴봤다.
두산그룹 오너가는 박정원 두산 회장을 필두로 4세 사촌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가 4세 인물 대부분이 지주사 또는 계열사 등기이사로 책임경영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인물은 계열사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경우도 있었다.

두산그룹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을 필두로 한 오너 3세 형제경영을 넘어 4세 사촌경영 체제가 자리잡았다. 그 시작은 두산그룹 10대 회장인 박정원 두산 회장이 지주사 두산의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부터다. 박정원 회장은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박정원 회장은 상사BG장 부사장 시절인 2000년 3월 두산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대표이사 자리를 이어온 기간이 올해로 24년째가 된다. 동시에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사내이사 임기만료일은 오는 31일이다. 두산은 오는 28일 개최하는 정기주주총회에 박정원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연임)하는 내용의 의안을 포함시킨 상태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베어스 사내이사에도 올라있다. 두산베어스는 두산의 100% 자회사로 프로야구단 두산베어스를 운영하는 동시에 보험상품 판매와 설계 관련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2018년 7월 두산으로부터 보험대리점 사업부문을 현물출자받았기 때문이다.


박용곤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겸 두산 부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를 맡고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고 있기도 하다. 박지원 회장이 처음 두산에너빌리티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에 오른 것은 기획조정실장 사장 시절인 2008년 3월이다. 이번 사내이사 임기만료일은 2026년 3월이다.

두산그룹의 중추는 두산→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라인이다. 이중 두산(박정원 회장)과 두산에너빌리티(박지원 회장)에는 오너가 인물이 사내이사에 올라있지만 두산밥캣에는 올라있지 않다. 대신 두산밥캣의 100% 자회사인 두산밥캣코리아에는 오너가 인물이 사내이사에 올라있다. 두산밥캣이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 해외 건설기계 자회사를 지배하는 국내 지주사라면 두산밥캣코리아는 판매법인이다.

최근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코리아의 덩치를 키웠다. 두산은 2021년 7월 두산밥캣이 보유한 현금을 이용하기 위해 산업차량사업부문 물적분할(지분율 100%)로 설립한 두산산업차량 지분 전량을 두산밥캣에 7500억원에 넘겼다. 올해 1월 두산그룹은 두산산업차량에 두산밥캣코리아를 흡수합병시키고 사명을 두산밥캣코리아로 변경했다.

올해 1월 합병후 두산밥캣코리아 사내이사(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인물이 박형원 두산밥캣코리아 아시아·라틴아메리카·오세아니아 지역장 사장이다. 박형원 사장은 박두병 초대회장의 4남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두산그룹 8대 회장)의 차남이다.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부사장을 거쳐 2015년 2월부터 합병전 두산밥캣코리아에서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를 역임해왔다.

두산그룹의 신사업 3사로 꼽히는 두산 자회사 두산로보틱스(산업용 로봇),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드론),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물류 자동화 솔루션) 중 오너가 인물이 사내이사에 올라있는 곳은 두산로보틱스뿐이다. 박용현 이사장의 3남인 박인원 두산로보틱스 사장은 지난해 1월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두산엔진 전략혁신팀장과 두산에너빌리티 플랜트 EPC BG장 부사장을 잇따라 역임했다.

다만 오너가 4세 인물이 등기임원이 아닌 경우도 있다. 두산그룹은 경기 광주 선산을 관리하기 위해 2022년 2월 가족회사인 원상을 설립했다. 이 원상의 사내이사에 포함된 오너가 인물은 박두병 초대회장의 3남인 박용성 두산그룹 7대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밥캣코리아 부회장과 박용현 이사장의 장남인 박태원 한컴 부회장이다. 박진원 부회장은 원상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도 맡고있다. 원상이 이들 오너가 인물의 경기 광주 소재 토지를 사들인 영향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박진원 부회장은 두산밥캣코리아의 미등기임원이다. 앞서 두산메카텍 부회장과 두산산업차량 부회장을 지냈지만 각 회사 사내이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박태원 부회장도 한컴의 미등기임원이다. 앞서 두산건설에서도 메카텍BG 담당 부사장, COO 사장, 경영총괄 부회장을 잇따라 지냈지만 사내이사에 포함된 적은 없다.

이외에 두산그룹에 재직 중인 오너가 인물로는 박용성 회장의 차남인 박석원 두산 사장이 있다. 박석원 사장은 두산에서 디지털이노베이션BU장을 맡고있지만 등기임원은 아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일부 오너가가 등기이사가 아닌 것은 맞다”며 “다만 특별한 내부 이슈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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