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오너가 있는 64개 기업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을 발표한다. 이사회 중심 경영문화를 뿌리내리고 오너가의 책임경영 측면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올해 처음으로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 상승 전환했다. 공정위의 바람이 조금씩 이뤄지는 것일까. THE CFO는 주요 그룹별 오너가의 등기이사 등재 현황과 실상을 살펴봤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가 단일 지주사 체제에 돌입하자 등기이사로 등판하며 지배력을 강화했다. 지배구조 개편에 맞춰 정 형제가 합심해 책임경영에 돌입한 모습이다.
◇정 형제, 나란히 지주사 '등기이사' 등재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작년 11월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정 형제는 이전엔 현대지에프홀딩스의 미등기임원이었다. 등기 임원은 당시 대표이사로 사내이사를 맡았던 이진원 현대그린푸드 최고재무책임자(CFO), 박홍진 사장(기타비상무이사), 이종근 전무(사내이사), 임경구·이무원 사외이사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단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고려한 조치였다. 재무통인 이 CFO를 대표이사로 앉혀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해 체제를 전환한다는 목적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5월 말 기준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분율은 각각 12.67%, 23.80%이다.
정 형제는 이후에도 전문 경영인의 몫은 놔두었다. 정 회장과·정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함께 장호진 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다. 장 대표는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에서 약 14년 동안 근무한 인물로, 현대백화점에서 CFO를 지낸 경험이 있다.
◇총수일가 지주사 지분 74.07%로 늘어
지배구조 전환 과정에서 정 형제의 지주사 지분율 합계도 66.1%로 약 1.8배 늘어났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지분 포함하면 총수일가 지분율은 총 74.07%에 달한다.
앞서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주사 요건 달성을 위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주주들로부터 각각 420만1507주와 948만4011주를 받았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3317억원 규모의 자사 신주 9857만6164주를 발행하는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현물출자를 통해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38.1%, 27.97% 확보했다. 이전에는 정 회장이 12.67%, 정 부회장이 23.8%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형제 간 대타협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당초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분할해 현대백화점홀딩스와 현대지에프홀딩스 두 개의 지주사를 세우려했다. 정 회장이 현대백화점홀딩스, 정 부회장이 현대지에프홀딩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 안건이 부결되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 이로 인해 컨트롤 타워 역할은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에서 하되, 지배구조상 지주는 현대지에프홀딩스만 있게 되며 의사결정 권한과 지분구조가 어긋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지주사로 올라선 현대지에프홀딩스로 모든 계열사를 배치하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현대그린푸드에 이어 현대백화점까지 자회사로 편입시키기로 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장남 정 회장의 결단과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분을 지니고 있는 차남 정 부회장의 동의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지배구조에 개편에 맞춰 정 형제는 주축 계열사에서만 등기이사로 남았다. 현대백화점에서 정 회장은 사내이사로, 정 부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등재됐다. 현대그린푸드에선 정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정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등재됐다. 과다 겸직 해소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 형제의 아버지인 정몽근 명예회장은 작년 9월 말 기준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을 9.01% 보유하고 있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2006년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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