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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자본 재분배 성적표

HL D&I, 배당 재개는 아직

2022년부터 지급 중단, 올해 주주환원 정책 미발표

김형락 기자  2024-10-25 08:17:02

편집자주

지주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그룹 각 계열사에 대한 자본 재분배다. 지주사는 재무 건전성 우위 계열사로부터 배당수익과 상표권 사용 수익 등을 수취해 이를 재원으로 유상증자나 사채 인수 등 방법으로 열위 계열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무리한 자본 재분배는 우위 계열사까지 망가뜨리고 지주사의 재무건전성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THE CFO가 각 그룹 지주사의 자본 재분배 형태와 이에 따른 재무지표상 변화를 점검해 본다.
HL그룹 건설사 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HL D&I)는 자동차 부품 제조사 HL만도와 지주사 HL홀딩스 현금흐름을 책임지던 계열사였다. HL D&I가 2022년 고금리 장기화, 원가율 상승 등 외부 환경 악화로 배당을 중단하면서 HL만도가 지주사 현금 창출력을 지탱하고 있다. HL D&I는 배당 재개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HL D&I는 올해 주주환원 정책을 별도로 안내하지 않았다. 지난 5월 공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향후 배당 여력을 확보하면 주주환원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비용 절감, 현금흐름 관리, 사전 리스크 통제 활동 등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HL D&I는 2021사업연도 결산 배당 이후 배당 흐름이 끊겼다. 2022년부터 외부 환경 악화로 배당가능이익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해 하반기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되며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관련 리스크가 심화하기도 했다.


HL D&I는 2021년 9월 주주환원 정책 발표했다. 성장을 위한 투자와 환원 정책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판단했다. 연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40% 이내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하기로 했다.

주주환원 정책은 곧바로 이행했다. HL D&I는 2021년 9월 250억원을 들여 HL홀딩스가 보유한 전환우선주 81만9537주를 자사주로 취득했다. 취득 물량은 그 해 11월 전량 소각했다. 결산 배당은 별도 기준 순이익(474억원) 19% 수준인 90억원(보통주 38억원, 전환우선주 52억원)으로 정했다. 이 중 지주사 몫은 59억원이었다.

HL D&I는 2022년 6월에도 자사주 취득에 100억원을 풀었다. 이번에도 HL홀딩스가 보유한 전환우선주 34만8050주를 자사주로 취득했다. 취득 물량은 그 해 8월 모두 소각했다. HL D&I가 지급한 자사주 취득대금은 지주사 투자활동현금흐름으로 유입됐다.

HL D&I는 2022년 결산 배당을 지급할 여력까지 갖추지는 못했다. 그 해 수익성이 저하하며 배당가능이익 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자재·외주비가 상승해 2021년 87.5%였던 연결 기준 매출원가율은 2022년 90.1%, 지난해 90.3%로 상승했다. 2021년 5%(745억원)였던 세전 이익률은 2022년 2.5%(367억원), 지난해 2.2%(340억원)로 떨어졌다.

올해 원가율은 다시 80%대로 낮췄다. 올 상반기 HL D&I 연결 기준 매출원가율은 88.9%다. 고수익 현장 매출 인식이 본격화하고, 원가개선 활동 효과도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세전 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p) 오른 2.7%(215억원)를 기록했다.


HL D&I가 배당을 중단하면서 HL홀딩스가 계열사에서 거두는 배당 수령액은 줄었다. HL홀딩스가 2021년 별도 기준으로 계열사에서 수령한 배당금은 263억원이었다. HL D&I가 지급한 배당액은 252억원이었다. 2022년 HL홀딩스가 계열사에서 거둔 배당금은 187억원이다. 각각 HL만도에서 114억원, HL D&I에서 59억원을 수취했다.

지난해 HL홀딩스가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83억원이다. 각각 HL만도에서 71억원, HL리츠운용에서 12억원을 거뒀다. 올 상반기 HL홀딩스가 계열사에서 수령한 배당금은 89억원이다. HL만도가 85억원, HL리츠운용이 3억원을 지급했다.

HL홀딩스는 자동차 부품 유통·물류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사라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계열사 배당금에만 의존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지주사 별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배당금 수취액(86억원)보다 큰 328억원이었다. 올 상반기는 배당금 수취액(91억원)보다 지주사 영업현금흐름(58억원)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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