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은 총수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 정기선 부회장이 2022년 지주회사 등기이사에 오른 뒤 작년 11월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오너 3세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그 밖에는 오너일가 구성원 중 등기이사로 등재된 이는 정 이사장의 사위인 백종현 씨로 개인회사 HEA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게 전부다.
다만 경쟁당국은 아직 정기선 부회장을 동일인(총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 이사장의 지분이 압도적이라 정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판단이다. 3세 경영체제의 남은 관건은 결국 지분 승계다.
◇지주사 등기이사·부회장 오른 정기선, 총수는 아직 정몽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의 31개 계열사 중 총수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곳은 한 곳도 없다. 다만 총수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 정기선 부회장은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에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와 더불어 HD현대중공업의 선박·해양영업 담당 사장, HD현대마린솔루션에 미등기 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의 재무팀 대리로 입사해 2022년 3월 13년 만에 등기이사를 달고 지난해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HD현대그룹은 정 이사장이 1988년 정치권에 진출하면서 약 35년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정 부회장의 이사회 진출과 승진은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을 의미한다.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부터 시작해 3세 경영이다.
그가 등기·미등기 이사로 있는 곳은 하나같이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이다. HD현대는 그룹 지주사이며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그룹의 주력사업인 조선계열사들의 중간지주격이다. HD현대가 HD한국조선해양의 지분 35.05%를 갖고 있으며 그 휘하에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포진해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정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한 첫 출발지이기도 하다. 그룹 조선 3사의 선박 서비스 조직을 통합해 2016년 말 출범했다. 사모펀드 KKR(글로벌 베셀 솔루션)의 6500억원(지분 38%) 투자를 받은 뒤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이다. 정 부회장은 2017~2021년까지 5년간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직을 맡으며 직접 회사를 이끌었다.
◇총수 사위 백종현 대표의 회사 HEA는 왜? 정몽준 이사장이 그룹 내 공식적인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데 따라 현재 그룹 경영은 정기선 부회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등기이사와 직함 등을 보면 사실상 3세 경영 시작이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아직 정 부회장이 아닌 정 이사장을 동일인(총수)로 지정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온전한 그룹 지배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핵심은 지분이다. 정 이사장의 지분이 26.6%로 정 부회장(5.26%)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걸 물려받아야 승계가 완성된다. 정공법으로 받으면 7000억~8000억원 규모의 상속세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에 승계의 최대 관건이다.
정 부회장 외 총수일가 구성원의 계열사 등기이사 등재는 백종현 씨가 유일하다. 그는 HEA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HEA는 조경시공업체로 조경설계 및 실내외 공간 조성, 조경 제품, 도시재생 모델의 연구개발 등의 업무를 하는 회사다. 2018년 백종현, 김대희 대표가 설립해 현재 23명의 전문가를 두고 있다.
백 대표가 지분 72%를 갖고 있으며 외감법인(자산 또는 매출 500억원 이상)에 해당되지 않을 만큼 소규모 기업이다. HD현대그룹과의 거래도 전무하다. 이 회사는 결국 정 이사장의 차녀 정선이 씨의 남편, 즉 정 이사장의 사위라는 백 대표와 총수일가의 관계 때문에 계열사로 분류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