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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등기이사 점검

최태원 사촌경영…티맵으로 한배 탄 최동석

[SK]②최재원·장원·성환 등기임원 재직, FI 자격으로 이사회 입성

원충희 기자  2024-01-12 14:11:23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오너가 있는 64개 기업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을 발표한다. 이사회 중심 경영문화를 뿌리내리고 오너가의 책임경영 측면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올해 처음으로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이 상승 전환했다. 공정위의 바람이 조금씩 이뤄지는 것일까. THE CFO는 주요 그룹별 오너가의 등기이사 등재 현황과 실상을 살펴봤다.
SK그룹 등기이사 현황을 보면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더불어 형제와 사촌, 오촌 등 친족들이 눈에 띈다. 권력은 골육지친도 나눠가질 수 없다는 역사 속에서 SK그룹의 사촌경영은 의외의 행보다. 여기에는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공동경영, 최 회장 승계과정에서 일부 양보 등의 사정이 숨겨져 있다.

특이할 만한 부분은 그간 SK그룹 경영에 무관한 행보를 보였던 최동석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대표다. 최 회장의 이종사촌인 그는 옛 골드만삭스 대표 시절부터 SK그룹 딜을 자주 맡다가 티맵모빌리티 투자를 계기로 SK 계열사 이사회에 입성했다.

◇최태원은 그룹 총괄, 최장원·성환 '디스커버리·네트웍스' 나눠 맡아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 198개 계열사 가운데 총수가 등기이사로 등재된 곳은 지주회사인 SK㈜ 한 곳뿐이다. 최 회장은 2014년 전만 해도 SK지주와 SK이노베이션, SK C&C, SK하이닉스의 등기이사를 겸했었다. 그러던 중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수펙스추구협의회란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만든 뒤 그룹 내 모든 이사직을 내려놓았다.

2015년 SK그룹에서는 지주사였던 SK주식회사와 SK C&C가 합병하면서 '옥상옥' 논란 해소와 함께 진정한 의미의 지주사인 SK㈜가 탄생했다. 최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한 것은 지배구조 이슈를 해소한 이듬해(2016년)부터다.

최 회장은 SK㈜ 외에 3곳에 미등기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이다. 최태원 회장이 이름을 걸어놓은 3개 계열사는 통신과 반도체, 화학을 대변하며 그룹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SK그룹의 특징은 최 회장뿐만 아니라 그의 형제인 최재원 수석부회장(SK온), 사촌인 최장원 부회장(SK가스, SK디스커버리), 오촌 종질인 최성환 사장(SK네트웍스) 등이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일명 '사촌경영'으로 불리는 SK만의 독특한 지배구조다.


통상 총수일가에서 경영권을 나눌 경우 괜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 계열분리를 하지만 SK는 한 그룹 안에서 경영권을 나눠 갖고 있다. 최 회장이 총괄을, 사촌과 오촌이 SK디스커버리, SK네트웍스, SK가스 등의 계열사를 담당하는 형태다.

◇'이종사촌' 최동석 이스트브릿지 대표, SK온·티맵 투자로 연결

이 같은 경영구도에는 SK그룹의 역사적 코드가 숨어있다. SK그룹은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공동 경영으로 성장했다. 1973년 최종건 회장이 타계한 후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2대 회장에 올라 회사를 성장시켰으나 그 역시 1998년 귀천했다.

유교적 장자승계 기준이라면 창업주의 장남인 고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이 올라야 했지만 오너 가문은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을 추대했다. 가문의 만장일치 합의 덕분에 총수직을 승계한 최 회장은 2018년 1조원 규모의 지분을 아우인 최 수석부회장과 창업주 후손들에게 나눠 주었다.

특이할 만한 부분은 최동석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대표다. 그는 현재 SK스퀘어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올라가 있다. 이사회 구성원으로 주요 경영현안에 의결권을 갖고 있지만 사내이사도, 사외이사도 아닌 이가 갖는 직위다.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4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 대표가 티맵모빌리티 등기이사로 들어온 것도 그 때문이다.

최 대표는 최태원 회장과는 이종사촌 관계이기도 하다. 서울대 화학과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졸업 후 1995~2000년 SK케미칼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 후 골드만삭스에서 활동하면서 여러 건의 SK 관련 딜을 담당했다. 2022년 SK온의 8000억원 규모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에서도 이스트브릿지는 한국투자PE와 함께 컨소시엄을 맺고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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