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HL만도는 2014년 한라홀딩스(현 HL홀딩스)의 자동차부품 제조·판매 부문이 분할하며 출범했다. 분할 방식으로 인적분할을 택해 설립 후 자연스럽게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HL그룹 내 단 3곳(HL홀딩스·HL만도·HL디앤아이한라)뿐인 상장사 중 하나다.
HL만도는 올 상반기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상 최대 실적 경신과 주가 상승에 힘입어 수혜 부품주로 꼽혔다. 실제 HL만도 주가도 지난 6월 장중 5만원선을 넘어섰다.
1년 전인 지난해에도 연초부터 꾸준히 주가가 상승해 6~7월에는 5만원선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하향 곡선을 그려 결국 연초(4만2350원) 대비 낮은 가격에 지난해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주가 하락은 이사회 경영성과에도 반영돼 6개 지표 가운데 유일한 개선 사항으로 남았다.
◇경영성과 제외 전 지표 평점 '중간' 상회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해 5월 공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및 지난해 사업보고서, 올해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지표를 기반으로 이사회 운영·활동을 분석한 결과, HL만도는 255점 만점에 149점을 받았다.
6개 평가지표 가운데 경영성과(1.9점)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지표가 3점대 이상의 평점을 받았다. 이중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지표는 정보접근성(3.5점)으로, 이사회 활동 내용을 공시뿐 아니라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해 이사회·이사 활동 공시 평가에서 5점 만점을 받았다. 아울러 지배주주순이익의 20% 내외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3개년 내용도 공시해 해당 세부 평가에서도 5점 만점을 기록했다.
나머지 3점대의 평점을 받은 견제기능(3.4점), 참여도(3.3점), 평가개선 프로세스(3.3점), 구성(3.0점) 등의 지표도 5점 만점을 받은 평가 항목을 통해 평점을 끌어올렸다. 예를 들어 전체 9개 세부 평가항목으로 구성된 견제기능 지표에서 HL만도는 사외이사 회의 개최 여부, 주주가치 제고 성과의 보수 연동 여부 등을 수행하지 않아 해당 항목이 1점을 받았다.
그럼에도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정책 수립, 감사위원회 독립성 등 4개 세부 항목에서 5점 만점을 받아 견제기능 전체 평점이 중간을 웃도는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 3개의 세부 항목(외부·주주로부터 이사 추천, 이사회의 내부·특수관계자 거래 통제, 감사위원회 위원 전문성)은 5점 만점에 3점이었다.
이외 참여도, 평가개선 프로세스, 구성 등의 지표도 각각 5점 만점을 받은 세부 항목들 덕에 중간 이상의 평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열린 총 8차례 이사회(정기·임시 포함)에서 박선영 사외이사(동국대 경제학과 부교수)를 제외한 전 이사회 구성원이 출석률 100%를 기록했다. 박 사외이사는 지난해 12월 말에 열린 계열사 내부거래 승인의 안건을 다루는 임시 이사회에만 한차례 불참했다. 이러한 이사회 전반의 높은 참여로 참여도 지표는 평점 3.3점을 받았다.
◇유일한 '1점대' 경영성과, 아쉬운 주가 하락
HL만도는 전반적으로 고른 평점을 받았지만 유독 경영성과 지표에서만 박한 평가를 받았다. 경영성과 지표의 평점은 1.9점으로 전체 6개 지표 중 유일한 평점 1점대 지표였다. 지난해 주가 하락의 영향으로 경영성과 지표가 낮게 나타났다.
HL만도는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으로 매출 8조3931억원, 영업이익 27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1.67%, 12.57% 증가한 수치로 KRX300 비금융업 277개사 평균(매출 성장률 4.70%, 영업이익성장률 -2.42%)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경영성과 내 매출성장률, 영업이익률성장률 점수가 5점 만점을 받았다.
다만 주가와 재무건전성 항목 등 나머지 항목이 1점을 받아 전체 평점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1월2일 4만2350원이었던 HL만도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리며 6월 말 5만3900원까지 올랐다. 이때를 정점으로 주가가 점차 내려가며 지난해 말 3만9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 하락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등 기업가치 기반 항목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HL만도의 PBR은 0.83배로, KRX300 평균 PBR(2.38배)을 밑돌았다. 주가수익률과 TSR은 각각 -7.08%, -5.7%로 마이너스값을 기록했다.
매출성장률이나 영업이익성장률 등이 만점을 받았지만 남은 지표들이 1점을 받아 HL만도의 경영성과 지표 평점도 1점대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HL만도는 부채비율(166.82%), 이자보상배율(2.92배) 등의 재무건전성 항목에서도 1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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