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가장 정석적인 지주회사 구조를 국내 재벌가 중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이다. SK그룹을 흔들었던 외국계 펀드 소버린마저도 LG 총수가문의 지배력을 흔들지 못했다. 이는 고 구본무 전 회장에서 구광모 현 회장으로 승계되는 과정에도 마찬가지다.
등기이사 추이를 보더라도 오너일가 구성원 중에서 구광모 회장 외 계열사 이사회에 들어간 이는 거의 없고, 있어도 잠시뿐이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을 비롯해 GS, LS, LT, 희성 등 다른 친족들은 계열분리를 통해 LG그룹과 결별했기 때문이다.
◇구광모 회장, 총수일가 구성원 중 등기이사 유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LG그룹은 63개 계열사 가운데 총수가 등기이사로 올라간 곳은 지주회사인 ㈜LG 한 곳뿐이다. 총수일가 구성원으로 범위를 넓혀도 등기이사로 오른 인물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유일하다. 2017년 구본무 전 회장이 생존했을 때 LG에는 구 전 회장이, LG전자와 LG화학, LG스포츠에는 당시 구본준 LG 부회장(현 LX그룹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들어가 있었다.
이러던 중 구광모 회장으로 승계가 이뤄졌던 2018년에는 구 회장 외 계열사 등기이사는 윤관 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 대표뿐이다. 그는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남편인 탓에 계열사에 포함됐을 뿐 2020년 독립경영을 인정받아 계열에서 제외됐다.
그 이후부터는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계열분리 과정에서 잠시 올라온 것 외에는 총수일가의 등기이사는 구광모 회장 하나로 좁혀졌다. 총수의 등기임원 등재는 이사회 공식멤버로서 책임경영의 상징이자 공식적인 오너임을 만방에 알리는 행동이다.
사촌 등 친족 중 일부가 계열사 등기이사로 올라온 SK그룹, 현대차그룹과 달리 LG그룹은 오너일가의 등기이사 등재와 관련해 구 회장의 1인 체제가 공고하다. 그간 경영에 관여해 왔거나 그룹 성장에 기여가 있는 총수가문 구성원은 계열분리를 통해 독립하면서 집안 내 교통정리가 철저히 이뤄진 덕분이다.
친·인척들의 계열사 분리는 2000~2003년에 걸친 지주사 체제 전환 전후로 진행됐다. 1996년 희성그룹이, 1999년 LIG가, 2003년 LS그룹이, 2005년 GS그룹이 분리됐다. 친·인척들과 계열분리를 하면서 총수일가 구성도 깔끔해졌다. 장자승계 가풍과 계열분리를 통해 친·인척들 몫을 떼 주고 철저한 계열정리를 단행, 적통이라 할 수 있는 LG그룹은 별다른 후계다툼 없이 내려왔다.
◇오너일가 미등기 임원 한명도 없어, 정석적 지배구조 2003년 4월부터 SK그룹의 경영권을 흔들던 소버린자산운용은 2005년 LG그룹 주식을 1조원가량 사들였다. 지주사인 LG와 LG전자 지분의 5% 이상을 인수했다. 그러나 SK만큼의 파급력은 없었다. 앞서 2003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료하면서 총수가문이 지분 51.5%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안정적인 소유구조에 힘입어 LG가는 경영권 위협 등의 외풍에 시달린 적이 거의 없다. 사법리스크로 총수의 위상이 크게 흔들린 적도 없다. 이런 이유로 총수와 오너일가 구성원의 미등기 임원 재직 등 우회적인 지배력 행사도 전혀 없다는 게 특징이다.
LG그룹 63개 계열사 가운데 총수일가 구성원이 미등기 이사로 재직하는 곳은 0개다. 삼성이 2곳, SK가 6곳, 현대차 2곳인 점과 비교하면 LG는 심플하다.
공정위가 총수일가의 등기임원 재직여부를 매년 조사하는 것은 오너나 그 일가 구성원이 부담해야 하는 경영상 의무와 책임은 회피하면서 등기이사보다 더 큰 보수를 챙겨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LG그룹은 가장 정석적인 지주사와 등기이사 체제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