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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기본에 충실한 SK가스…'경영성과' 반전 필요

독립성·참여·평가 프로세스 등 준수…신사업 성과 관건

정명섭 기자  2024-11-20 11:50:07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SK그룹은 재계에서 이사회 중심 책임 경영을 가장 강조하는 대기업집단이다. SK디스커버리 계열인 SK가스 이사회에도 이 기조가 적절히 반영됐다. 독립성과 사외이사들의 참여도, 관련 정보 공시, 이사회 평가개선 프로세스 등 다방면에서 준수한 평가를 받았다.

다만 실적 부진와 기업가치 저평가, 신사업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 가중 등 경영성과 평가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독립성·사외이사 참여도·공시 등 대체로 호평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한 결과 SK가스는 255점 만점에 176점을 획득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했다.

SK가스는 6대 지표 중 경영성과와 견제기능 지표가 상대적으로 낮아 차트가 직사각형을 그렸다. 가장 점수가 높았던 지표는 5점 만점에 4.4점을 받은 참여도였다. 정기 이사회 개최 횟수가 연 12회 이상이었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등을 포함한 소위원회 개최 횟수가 연 9회를 넘어 각 항목에서 만점(5점)을 받았다.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출석률은 90% 이상으로 매우 준수했다. 다만 사외이사 대한 정기 교육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다. SK가스는 2022년에 사외이사 대상 교육을 연 8회 진행했으나 2023년에는 단 1회에 그쳤다.

평가 개선 프로세스 지표의 평점은 4.1점으로 둘째로 높았다. SK가스는 사외이사들의 활동을 평가하고 재선임 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ESG 등급 'A'를 받아 외부 평가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사회 평가 결과를 토대로 개선안을 마련하지 않은 점은 감점 요인이다.

정보접근성은 4점이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경로를 공개하지 않아 최저점을 받았지만 이사회 활동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충실하게 공개하고 중장기 주주환원계획도 공시해 관련 항목들은 만점을 받았다.

구성 항목은 3.9점으로 준수한 편이었다.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이사회 소위원회의 사외이사 비중 등 독립성 문항에서 대체로 높은 점수가 책정됐다. 이사회 의장은 김연근 사외이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전 서울지방국세청장)다.

SK가스는 2012년부터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겨왔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전원이 사외이사인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다양성 측면에선 미진했다. 30~40대 나이의 사외이사의 부재, 단일 국적 등이 감점 요인이었다.

◇실적 저하·저평가에 재무부담까지…신사업이 돌파구

견제기능과 경영성과는 각각 평점이 2.6점, 2.7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해 사외이사만으로 열린 회의 내역이 없었던 점, 이사회 보수를 총주주수익률(TSR)이나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해 지급하지 않는 점 등이 최저 점수(1점)를 받았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과 부적격 임원 방치 정책을 명문화하지 않은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SK가스는 CEO 승계정책 관련 성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역량과 잠재력을 갖춘 후보군을 발굴하고 검증해 육성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대책에 대해선 "내부 규정인 임원관리제도에 의거 상반기와 하반기 연 2회 임원 선임 및 보임에 대한 검증절차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견제기능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근래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관리·감독 역할을 강화하는 '이사회 2.0'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 이사회 자체의 경쟁력을 키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이 이사회의 관리·감독 강화 등 사후 관리를 강조한 건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영성과 평가의 발목을 잡은 건 실적 부진과 주가 저평가, 재무건전성이었다. 지난해 SK가스의 매출은 2022년 대비 13.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2.2% 줄었다. 근간에는 LPG 국제가격 하락이 있었다.

SK가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다년간 0.5~0.6배에 머물러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KRX300 기업의 PBR 평균은 2.38배였다. SK가스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LPG 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실적이나 주당순이익(EPS) 수준 대비 시장에서 저평가받고 있다. SK가스는 전체 매출의 99%를 LPG 판매로 거두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LNG,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사업이 향후 주가 반등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말 기준 SK가스의 부채비율은 113%, 순차입금/EBITDA는 5배였다. 같은 기간 KRX300 기업의 부채비율 평균(96.16%), 순차입금/EBITDA 평균(1.12배)을 상회했다. SK가스는 LPG 외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재무체력이 다소 떨어진 상태다.

이자보상배율은 3.9배로 KPX300 기업 평균(9.72배)을 하회했다. 이는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로 기업이 번 돈으로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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