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해액 기업 엔켐이 작년 운전자본 규모를 줄이면서 단기 현금을 마련했다. 생산시설 확보와 자회사 주식 취득 등 대규모 현금 유출을 대비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영업이익 창출 부진도 운전자본을 활용한 현금 마련의 배경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엔켐은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83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1124억원, -360억원 등 영업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흑자로 전환했다.
작년 흑자 전환의 가장 큰 요인은 매출채권과 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다. 운전자본 효과를 제외한 영업활동의 실적은 2022년 대비 오히려 부진했다. 작년 엔켐의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247억원, 30억원으로 2022년 매출 5097억원, 영업이익 154억원 대비 17%, 8% 줄었다. 순이익은 2022년 218억원에서 작년 -50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다만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며 투자 '실탄'을 장전했다. 작년 말 엔켐의 연결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은 각각 507억원, 794억원으로 2022년 말 1229억원, 1276억원 대비 상당량 감소했다. 매입채무도 2022년 말 1002억원에서 작년 말 330억원으로 줄었지만 채권과 재고 감소 효과가 훨씬 컸다.
실제 작년 말 엔켐의 보유 운전자본량은 작년 매출의 절반 수준이었던 2021년보다도 적었다. 특히 매출채권의 경우 2021년 말(631억원)의 80% 수준이었다. 매출이 2배나 늘었지만 채권은 줄었다는 말은 그만큼 엔켐이 작년 받아야 할 돈을 빠르게 회수했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재고도 작년보다 빠르게 소진했고 매입처 대금도 속도있게 치뤘다.
이렇게 엔켐이 작년 운전자본을 통해 창출해낸 현금흐름은 778억원이다. 이 현금은 투자활동에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
작년 엔켐의 연결 기준 유형자산 취득액은 1129억원이다. 전해액 관련 투자 증대로 유형자산 취득액이 2022년 830억원 대비 증가했다. 자회사 투자자산 취득 등에도 수백억원이 투입됐다. 작년 엔켐이 기록한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567억원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1731억원 많았다.
운전자본 조절로도 현금이 충분하지 않았던 엔켐은 작년 전환사채(CB) 발행으로 1909억원의 현금을 유입했다. 이외 금융권 차입활동을 통해 순차입금을 475억원 확보했다. 엔켐은 CB 외 이전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필요 자금을 확충해왔다.
채권과 재고를 줄여서 만든 현금은 임시방편이다. 관건은 영업이익 창출이다. 2020년 영업이익률 9%를 기록한 엔켐은 2021년 대규모 적자로 영업이익률 -12.1%를 기록한 후 2022년과 작년 각각 3%, 0.7%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
메자닌 발행으로 재무구조는 일부 훼손된 상태다. 작년 말 기준 약 2277억원이 유동부채로 잡혀있다. 여기에 따른 옵션들도 파생상품부채로 잡혀있다. 금액은 1513억원이다.
이를 반영한 엔켐의 작년 부채비율은 201.2%로 200%를 돌파한 상태다. 순차입금비율도 2022년 말 51.2%에서 작년 말 90.9%로 상승했다.
다만 엔켐의 주가가 최근 '폭등'한 만큼 CB, BW, RCPS 등이 전액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부채로 잡힌 금액이 자본으로 변신하면서 부채비율 등 부채 관련 지표가 2023년 말 대비 크게 하락한다.
실제 작년 RCPS 일부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약 431억원이 자본으로 환입됐다. BW도 36억원 규모가 자본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