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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

투자했는데 가동률은 '뚝', 대규모 감가에 SKIET '고심'

[분리막]③WCP와 수익성 차이 극명, 인건비·SK이노 지급 개발비도 부담

박기수 기자  2024-04-15 15:48:15

편집자주

광풍이 몰아쳤던 2020년대 초반을 지나고 국내 배터리 사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럽, 미국 등에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수익 전망이 전보다 어두워졌다. 손익의 악화는 부정적이지만 '이보 전진'을 위한 성장통일 수도 있다. THE CFO는 2024년 현재 한국 배터리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의 재무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는다.
국내 분리막 선두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와 후발 주자 더블유씨피(WCP)는 업계를 주도하는 두 기업이지만 수익성은 큰 차이를 보인다. 작년 기준 SKIET의 매출은 WCP의 두 배 수준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0%포인트 가량 낮다. 이 추세는 지난 3년 간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IET는 작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률로 6496억원, 4.9%를 기록했다. WCP의 매출과 영업이익률은 3050억원, 15.2%다. WCP는 SKIET 매출의 약 47%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0.3%포인트 높았다.

2022년에는 이 차이가 더욱 극명했다. 당시 SKIET는 매출 5858억원과 영업이익률로 -8.9%를 기록했다. 반면 WCP는 매출 2575억원, 영업이익률로 22.5%를 기록했다. 한 쪽은 영업적자를 냈지만 다른 한 쪽은 대규모 이익을 남겼다.


◇대규모 투자했는데 가동률 '뚝'…상각비 '부담'

두 기업의 수익성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여러가지지만 우선적으로 감가상각비를 부담하는 수준이 다르다. 분리막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 산업으로 원가에서 타 산업 대비 감가로 타는 고정비 비중이 높다. 즉 수익성을 제고하려면 공장을 최대한 돌려서 생산 단가를 낮춰야 한다.

SKIET의 작년 매출원가는 4961억원, 이 중 감가상각비는 1516억원이다. 매출 6496억원 대비 감가상각비의 비중은 무려 23.3%다. 2022년에도 매출 대비 매출원가로 타는 감가상각비 비중이 26.2%였다.

WCP는 이 비중이 SKIET 대비 낮다. WCP의 작년 매출원가 감가상각비는 492억원으로 매출의 16.1%를 차지했다. 2022년에도 이 비중은 16.8%로 16%대를 유지했다.


매출 대비 감가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이 갖춘 생산설비의 규모 대비 매출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가동률'로 직결된다. SKIET와 WCP 모두 사업보고서에서는 정보 유출 등의 우려로 공장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작년 SKIET의 국내 공장 가동률은 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SKIET의 유형자산은 3조730억원이다. WCP의 유형자산은 1조689억원으로 약 3배 차이다. 갖춰놓은 CAPEX만큼 매출이 나와주면 문제가 없겠지만 SKIET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 매출 대비 감가비 비중에서 드러난다.


상각비 효과를 배제하면 SKIET의 사정이 조금은 나아지지만 그래도 WCP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2021년부터 작년까지 WCP의 EBITDA마진 평균은 36.9%다. SKIET의 3년 평균 EBITDA마진은 26.9%다.

두 기업의 수익성 차이점은 양 사가 고객사로 두고 있는 배터리 셀 업체의 사정과도 연관된다. SKIET의 분리막은 대부분 SK온으로 공급된다. 2022년과 작년에 걸쳐 수율 문제와 수익성 고민을 안고 있는 SK온의 분리막 수요가 감소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22년 SKIET는 2021년 대비 매출이 오히려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고정비 비중이 많은 산업군에 속한 기업에서 매출의 축소는 수익성에 직격탄을 날린다. 2022년 SKIET가 대규모 영업적자를 낸 배경이자 두 기업간 EBITDA마진 3년 평균이 10%포인트나 차이가 나는 이유다.

◇인건비도 비싸고 매년 이노베이션에 수백억원 연구비 지급

두 기업의 수익성이 극명하게 갈리는 또 다른 배경은 '판관비(판매비와관리비)율'에도 있다. 과거 3년 평균 WCP의 매출 대비 판관비율은 4.6%다. SKIET는 이 비율이 무려 18.1%다. WCP는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빠진 값이 대부분 영업이익으로 직결되지만, SKIET는 판관비라는 적지 않은 비용이 한 번 더 타는 셈이다.

SKIET는 우선 인건비가 비싸다. 작년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SKIET의 인건비는 45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 수준이다. WCP는 이 비중이 1.9%에 불과하다. WCP의 작년 판관비 내 인건비는 57억원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WCP의 작년 임직원 수 총합은 1102명이다. 연간 급여 총액은 399억원으로 1인 평균 급여액이 2900만원이었다. 반면 SKIET는 작년 말 기준 임직원 수로 315명을 기록했는데 연간 급여총액은 334억원으로 1인 평균 급여액이 1억600만원이었다.


여기에 SKIET는 매년 판관비 내 경상연구개발비로 수백억원을 태우고 있다. 작년 SKIET의 경상연구개발비는 258억원으로 매출의 4%를 차지했다. 2022년의 경우 이 값이 35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1%였다. WCP는 매출 대비 경상연구개발비의 비중이 0.01% 수준으로 거의 없는 수준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IET는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신소재·석유·윤활유·석유화학·친환경고분자·플랫폼 기술 분야 등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연구개발 계약에 따르면 분리막 및 기타 신사업 부문의 연구개발 수행 관련 제반비용을 월 단위로 정산해 SK이노베이션에 지급한다. 작년의 258억원과 2022년의 359억원이 SK이노베이션에 지급한 비용이다.


SKIET는 분리막 외 연구개발 실적을 △Flexible Display용 FCW 필름(투명PI 및 하드코팅) 및 기능성 코팅 개발 △FCW 물성 다변화를 통한 제품 Grade 다양화 △Demo Plant 활용 고부가 코팅 기술 개발 △FCW 공정 개발 △이산화탄소 분리막 제품 제조 요소 기술 개발 등으로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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