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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이 몰아쳤던 2020년대 초반을 지나고 국내 배터리 사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럽, 미국 등에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수익 전망이 전보다 어두워졌다. 손익의 악화는 부정적이지만 '이보 전진'을 위한 성장통일 수도 있다. THE CFO는 2024년 현재 한국 배터리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의 재무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는다.
전지박 기업 SK넥실리스가 작년 실적 부진에 이어 올 초 자회사 유상증자 여파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작년 연결 기준 5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1066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8.2%를 기록했다. 작년 말 부채비율은 2022년 말 대비 21.4%포인트 높아진 140.1%를 기록했다.
◇공급과잉에 판가 하락, 매출원가율 '99%' SKC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전지박 사업의 원재료인 구리·동과 PI필름의 가격은 톤당 약 1117만원으로 2022년 1133만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매출원가율은 2022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연결 기준 SK넥실리스의 매출원가율은 2022년 81.4%에서 작년 99.2%로 높아졌다.
원재료 가격은 큰 변함이 없었으나 동박 제품 가격에 큰 변화가 있었다. 작년 중국 내 회로박 제조사들이 전지박으로 라인을 전환하면서 공급량이 증가해 전지박의 평균 판가가 하락했다. 이에 매출이 급감하면서 매출원가율이 100%에 육박하는 결과를 낳았다. 작년 매출은 6243억원으로 2022년 8101억원 대비 29.8% 하락했다.
SK넥실리스의 원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원재료 매입 등 재고자산 변동이다. 작년 6193억원의 매출원가 중 재고자산 변동분은 4092억원으로 원가의 66.1%에 해당했다.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성격의 비중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작년 기준 매출원가에서 인건비와 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9%, 9.1%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영업손실은 580억원으로 감가비를 가산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9억원으로 겨우 적자를 면했다.
비용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판가 상승이 가장 확실한 길이다. 다만 중국발 공급 과잉과 더불어 유럽 등 메인 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전지박 산업 시황 역시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익 났을 때도 재무부담 가중, FCF 마이너스 행진 SK넥실리스는 최근 공격적으로 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연결 유형자산은 1조7749억원으로 2022년 말 1조108억원 대비 75.6% 늘어났다. 2021년 말(4738억원)보다는 무려 275% 늘어났다.
영업흑자를 냈던 지난 날에도 SK넥실리스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적자였다. 다시 말해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보다 운전자본관리와 시설투자에 들어간 현금이 훨씬 많았다는 뜻이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2550억원, 9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음에도 SK넥실리스의 재무 부담은 가중됐다.
실제 작년 말 연결 기준 SK넥실리스의 부채비율은 140.1%로 2022년 말 118.7%보다 21.4%포인트 높아졌다. 총차입금은 2022년 말 7566억원에서 작년 말 1조1286억원으로 49% 늘었다. 순차입금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2022년 말 각각 54.6%, 41.4%에서 작년 말 96.1%, 46.6%로 상승했다.
작년 말 대비 SK넥실리스의 재무 상황은 추가로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 말 SK넥실리스는 폴란드 공장을 지배하는 기업이자 SK넥실리스의 자회사인 넥실리스 매니지먼트 유럽(Nexilis Management Europe B.V.) 유상증자에 참여해 2800억원을 투입했다. 작년 말 SK넥실리스의 별도 현금성자산은 83억원으로 대부분의 증자 재원을 차입으로 마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