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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파이낸스 분석

SKIET, 성장과 영업현금흐름 창출력의 '미스매칭' 심화

[분리막]①유형자산 3년 만에 1.4조→3조 '훌쩍', 현금흐름 둔화에 부채 부담 가중

박기수 기자  2024-04-15 07:34:56

편집자주

광풍이 몰아쳤던 2020년대 초반을 지나고 국내 배터리 사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럽, 미국 등에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수익 전망이 전보다 어두워졌다. 손익의 악화는 부정적이지만 '이보 전진'을 위한 성장통일 수도 있다. THE CFO는 2024년 현재 한국 배터리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의 재무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는다.
SK그룹의 이차전지 분리막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회사 성장 속도만큼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원활하게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미지급비용의 기저효과로 2022년 대비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되기는 했으나 작년의 현금 유입이 올해 '부메랑 효과'로 현금흐름 악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근본적으로 시설투자로 들어가는 현금흐름 대비 영업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미미한 편이다. 그간 프리IPO에 이은 기업공개(IPO)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으나 이후에도 지속되는 CAPEX 지출로 인해 금융기관 차입금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작년 영업현금흐름 1000억 개선, 올해는 '부메랑'?

SKIET의 작년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253억원으로 2022년 206억원 대비 약 6배 늘어났다. 2020년과 2021년 1000억원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한 뒤 2022년 대규모 영업적자로 현금흐름 창출에 난항을 겪었지만 1년 만에 본 궤도에 다시 올랐다.

작년 현금흐름 개선의 요인은 두 가지였다. 먼저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작년 SKIET의 연결 영업이익은 320억원으로 -523억원을 기록했던 2022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흑자 전환의 주 요인은 분리막 수요 증가와 원재료 가격 하락인 것으로 분석된다. SKIET는 '장치 산업' 답게 매출원가에서 상각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원재료 비중도 유의미하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재고자산 변동분을 포함해 작년 원재료 매입가는 전체 매출원가의 31.9%였던 1538억원이었다. 2022년에는 전체 비용의 35%인 1852억원이 원재료 매입원가였다.

SKIET는 사업보고서에 원재료 가격 추이와 자사 제품 가격의 추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원재료 공급처인 대한유화 등에 따르면 작년 분리막 원료가 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의 판가는 2022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재료 가격 하락 효과에 작년 분리막 수요 증가로 매출이 늘면서 매출총이익률이 2022년 9.7%에서 작년 23.6%로 급상승했다.


두 번째는 운전자본 변동이다. 2022년에는 운전자본이 현금흐름에 -693억원의 영향을 미쳤다. 작년에는 오히려 운전자본투자를 통해 21억원의 현금이 조달됐다. 차이로 따지면 약 714억원이다.

세부 내역을 보면 재고가 2022년 말 대비 377억원이 늘어나는 등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이 컸지만 이 효과를 넘어서는 현금 유입 이벤트가 있었다. '미지급비용'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SKIET의 미지급비용 계정값은 325억원이다. 2022년에는 이 값이 -257억원이었다.


풀어서 말하면 2022년에는 줘야했는데 주지 않았던 돈이 257억원이 나갔고, 작년에는 줘야할 금액인데 주지 않은 돈이 325억원이라는 뜻이다. 재고가 늘었지만 미지급비용에 대한 기저효과로 운전자본 부담이 크게 줄었고 이는 곧 현금흐름 개선을 이끌었다.

SKIET에 따르면 이 미지급비용은 동력비와 인건비 등으로 구성된다. 시설 투자와 생산시설 구동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으로 분석된다. 또 이 미지급비용의 2021년과 2022년, 작년 3개년 추이를 살펴보면 '마이너스(-)'와 '플러스(+)'의 반복이다. 다시 말해 작년 찍힌 미지급비용 325억원은 올해 SKIET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올해 작년 대비 영업이익에서 큰 개선이 없을 경우 현금흐름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생긴다. 증권가는 올해 SKIET의 영업이익으로 약 400~500억원을 예측하고 있다. 작년보다 많은 수치지만 괄목할 성장으로 보기는 힘들다.

◇FCF 4년 누적액 약 -2조

현금흐름단에서 근본적인 이슈는 따로 있다. 애초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자본적지출(CAPEX)을 따라갈 만큼 충분하게 창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외부 차입을 야기해 SKIET의 부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작년 SKIET는 연결 CAPEX 취득액으로 503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CAPEX로 유출된 현금흐름은 7550억원이다. 매년 수천억원을 유형자산 취득에 쓰는 SKIET는 어느새 작년 말 기준 유형자산 장부가액으로 3조73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말 1조3940억원에서 3년 만에 3배 가량 유형자산이 늘어난 셈이다. 전체 자산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2%다.


매년 기록하는 CAPEX 취득액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비단 작년 뿐만 아니라 2020년부터 SKIET는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CAPEX를 제외한 잉여현금흐름(FCF)을 매년 적자로 기록하고 있다. 4년 누적 FCF 적자액만 무려 2조756억원이다.

물론 2019년 프리IPO로 3000억원을 조달하고, 공모 과정에서 약 9000억원에 육박하는 현금이 유입되는 등 그간 SKIET는 FCF 적자를 버텨낼만한 외부 요인이 있었다. 다만 계속되는 CAPEX 투자로 금융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SKIET의 연결 순차입금은 8614억원이다. 2022년 4824억원 대비 약 78% 늘어났다. 순차입금/EBITDA는 2022년 4.7배에 이어 작년에도 4.6배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작년 말 69.3%로 낮은 편이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 대비 순차입금 비중은 낮지 않은 셈이다. 유형자산 취득 등 회사의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 창출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SKIET는 미국 시장을 보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 관련 소비자 세액공제 혜택을 위해서는 전기차용 배터리 부품이 북미산 제품으로 채워져야 한다. 이 비중이 2023년에는 50%에서 2029년에는 100%로 늘어난다.

SKIET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북미 지역의 높은 예상 CAPEX 규모 및 정책의 탈중국 기조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2028년 전후 북미 지역에서 생산 현지화가 가능한 분리막 업체는 소수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만큼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향후 다시 수요가 회복될 경우 분리막 시장도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SKIET는 고정비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한번 사이클을 타면 대규모 이익률을 낼 가능성도 있다. 실제 2020년과 2021년 SKIET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26.7%, 14.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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