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엔켐의 주가가 올해 들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최저 4만 9300원을 기록하던 주가는 올해들어 급상승세를 보이며 최고 35만 8500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매물이 급속도로 쏟아지며 현재는 23만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4개월 사이 주가가 7배 가량 올랐다가 주저 앉은 것입니다.
엔켐은 지난 2021년 상장 초기를 제외하고는 주가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일시적으로 8만원대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주가가 대부분 5만원에서 7만원대 사이 박스권에서 움직였습니다. 특히 상승세를 보이기 직전에는 5만원대를 하회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번 반등이 엔켐 입장에서는 반갑습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과도한 상승세를 보이며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는 엔켐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들어서 거래량도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말 일일 거래량이 100만주를 넘기기 힘들었지만, 1월부터 안정적으로 100만주를 넘기는 한편, 최고 666만 1625주의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도 여전히 엔켐의 변동성은 높은 편입니다. 지난 11일에는 전일 대비 17.41%가 오르는 한편 12일과 13일은 연이어 4.75%, 4.99% 하락했습니다. 시장의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뜻이겠죠.
◇Industry & Event
엔켐은 2차전지 전기이중층콘덴서(EDLC)용 전해액, 첨가제를 제조 및 판매하는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습니다. 전해액은 전지의 수명과 출력 등을 결정하는 소재로, 화재 또는 폭발 위험성이 있는 주요 소재입니다.
엔켐은 지난 2012년 설립해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지난 2012년 연간 50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제천공장 설립을 시작으로 전해액 시장에 진입했는데요. 2015년에는 LG화학의 연간 2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전해액 장비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엔켐의 외형은 상장 전후로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2020년 1388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 2022년 5097억원까지 확대됐습니다.
엔켐은 지속적으로 전해액 공급망의 글로벌 구축과 전해액 원재료 수직계열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에 더불어 미국, 중국, 유럽 등에 생산 공장을 확보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증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배터리 업계에서 '탈중국'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북미 지역에서의 증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는 2026년까지 미국 텍사스 공장,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을 구축해 북미에서만 생산 캐파를 연간 27만 5000톤 가량 늘릴 예정입니다.
원재료 수직계열화를 위해서 공격적인 외부 투자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오정강 대표를 중심으로 코스닥 상장사 광무, 중앙첨단소재 등을 묶으며 전해액 생산의 수직 계열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엔켐이 중앙첨단소재와 합작법인 이디엘을 설립해 리튬업 생산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엔켐은 자체 리튬염 생산 기술력을 확보해 엔켐의 글로벌 생산 거점에 공급한다는 방침입니다.
엔켐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12.02%, 75.9% 감소한 4485억원, 3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방 산업의 위축과 더불어 생산설비 투자로 고정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둔화됐습니다. 엔켐 측은 올해부터 완만하게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Market View
엔켐을 다룬 증권사 리포트는 지난해 7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상장 이후에는 꾸준히 리포트가 발간되다가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뚝 끊겼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가장 뜨거운 종목 중 하나였지만, 증권사들은 리포트를 통해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워서였을까요.
엔켐의 마지막 리포트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엔켐이 향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혜가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생산 캐파 확대에 따른 가동률 공백을 메꾸는 것이 관건이겠지만, 조지아 공장 실적이 2023년 3분기부터 반영되면서 하반기 북미 증설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현재 글로벌 전해액 시장은 중국 기업이 모두 Top 3를 차지하고 있다"며 "북미 시장 조기 선점에 따라 엔켐의 향후 고객사 확대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엔켐의 북미시장 확대에 대해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습니다. 지난 2022년 말 SK증권 역시 미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전해액 기업들 중 해외 공장 대응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전해액 생산 능력이 오는 2024년 74만 5000톤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장에 따르면 엔켐의 북미 시장 점유율 확대가 엔켐의 추가적인 성장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 보니 엔켐 역시 북미 시장에서의 공급망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겠죠.
◇Keyman & Comments
엔켐의 키맨으로는 오정강 대표와 최재희 상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오정강 대표는 아주대학교 화학공학과 출신으로 이전에는 삼성SDI 전자사업부 책임연구원으로 있었습니다. 오 대표는 지난 2012년 엔켐을 직접 설립하고 지금까지 대표이자 최대주주로 있습니다.
오 대표가 핵심인 이유는 엔켐, 광무, 중앙첨단소재로 이어지는 전해액 원재료 수직계열화의 지배구조 꼭대기에 오 대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광무와 중앙첨단소재의 최대주주는 아틀라스팔천이라는 법인으로, 오 대표의 개인 회사입니다. 모든 구조가 오 대표를 중심으로 묶여있는 형태입니다.
엔켐의 CFO는 최재희 상무입니다. 최 상무는 계명대학교 회계학과 출신으로 이전에 대웅제약 재무팀, 진로산업 재무팀, 썬코어 CFO 등을 거쳤습니다.
최 상무는 현재 엔켐의 공시책임자인데요. 등기 이사는 아닙니다. 지난 2018년 엔켐의 사내이사에 진입했지만, 2021년 임기 만료로 물러났습니다. 중앙첨단소재에는 사내이사로 이름이 올라있습니다.
더벨은 최 상무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엔켐의 IR 담당자와 전화 연결을 시도했습니다. 엔켐의 본사 유선 전화번호로 연결해 IR을 담당하고 있는 전략기획팀의 번호를 안내받았는데요. 수차례 전화끝에 오후에 연결됐습니다.
우선적으로 최 상무와의 연결이 가능한 지 물었지만, 엔켐 측은 최 상무가 언론 노출을 꺼리다 보니 직접 연결은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해왔습니다.
엔켐의 IR 담당자를 통해 최근의 주가 흐름에 대한 회사측 해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엔켐 IR 담당자는 "최근 주가 흐름은 회사 입장에서도 갑작스럽다"며 "회사는 내년 말 부터 실적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시장에서 기대감이 선반영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버행 이슈에 대한 회사의 입장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는데요. 엔켐의 IR 담당자는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항이다 보니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엔켐은 지난해에만 1915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습니다. 오는 5월부터 순차적으로 전환 청구 기간이 도래하는데요. 전환가액은 모두 7만원 전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해당 물량은 약 275만주에 달합니다.
현재도 지속적으로 이전에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의 권리 행사에 따른 신주 상장과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주의 보통주 전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가가 최고점에서는 내려왔지만, 지난해 대비 급상승세를 보이다 보니 투자자들의 엑시트가 이어지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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