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광풍이 몰아쳤던 2020년대 초반을 지나고 국내 배터리 사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럽, 미국 등에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수익 전망이 전보다 어두워졌다. 손익의 악화는 부정적이지만 '이보 전진'을 위한 성장통일 수도 있다. THE CFO는 2024년 현재 한국 배터리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의 재무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는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 상황은 기업공개(IPO)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22년 초 약 10조원이라는 공모자금을 손에 넣은 LG에너지솔루션은 재무 상황을 단번에 개선했다. 이후부터 미주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다. 수조원의 투자가 이뤄졌지만 견조한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비교적 건전한 재무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말 연결 부채총계와 자본총계는 각각 22조5710억원, 26조705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85%다. 2022년 말(86%)과 작년 말(86%)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다. 작년 약 10조원의 유형자산 취득 등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지만 부채비율은 100%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 전인 2021년 말에는 부채비율이 172%, 순차입금비율이 65%를 기록하는 등 재무 부담이 이어지던 곳이었다. IPO가 이뤄진 1년 뒤 2022년 말에는 두 수치가 86%, 11%로 급감했다. 한국 자본시장 역사 상 '역대급' IPO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이후부터 순차입금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순차입금 2조1713억원을 기록한 뒤 작년 말에는 순차입금이 5조8585억원까지 늘어났다. 3개월 뒤인 올해 1분기 말에는 순차입금이 7조5700억원까지 불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1조6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다만 작년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자본확충 효과도 컸다. 작년 말 자본총계는 24조3735억원으로 2022년 말 20조5938억원 대비 18.4% 늘어났다. 올해 1분기 자본총계는 26조705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9.6% 늘어났다. 순차입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남에도 순차입금비율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 배경이다.
부채비율과 순차입금비율 등으로 봤을 때 LG에너지솔루션의 금융권 차입을 위한 '여유 공간'은 여전히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차전지 시장에 '캐즘(상용화 단계 전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찾아온 시점에 비교적 우수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다행스러운 요소다.
다만 올해를 비롯해 향후 영업이익 창출력이 저하될 경우 그간 완만하게 상승하던 차입금 지표의 기울기가 보다 급격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순차입금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그간 영업활동에서 창출되는 이익이 이를 완충해줬지만 올해는 전기차 수요 회복세가 둔화하는 등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미국의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 혜택으로 수령할 기타영업수익을 제외하면 영업손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세제혜택 분을 제외한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손익은 -32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