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기획본부장은 자금 확보, 예·결산 등을 총괄하는 만큼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이 부여된 직책이다. 올해 5월 인사를 계기로 윤상조 신임 본부장 체제가 닻을 올렸다.
윤상조 본부장을 위시한 재무라인은 대내외 산적한 현안과 맞물려 '3대 과제'를 짊어졌다. 공기업 건전성을 강조하는 정부 시책에 부응해 레버리지 지표 목표를 충족하는 게 급선무다. 원자력발전소 운영과 맞물려 인식하는 복구충당부채를 제어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정산단가 인상 억제 여파로 하락하는 이익률을 끌어올릴 복안 역시 모색해야 한다.
◇예산·자금 넘어 성과평가, 지역사회 협력 '광폭업무' 한수원은 최근 신임 기획본부장에 윤상조 인사처장을 내정했다. 윤상조 기획본부장은 1965년생으로 동인고를 거쳐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카이스트에서 금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며 재무 영역 전문성을 쌓았다. 2018년 이래 기획본부 지역상생협력처장, 새울원자력본부 대외협력처장, 관리본부 인사처장을 역임했다.
기획본부장은 사내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이다. 산하 조직으로는 △기획처 △조직평가실 △상생협력처 △재무처 △준법경영실 등이 포진해 있다. 예산 수립과 자금 확보 등 전통적 CFO 역할에 국한하지 않고 부서 성과 측정, 지역사회 기여 방안, 임직원 청렴도 제고책 모색 등 폭넓은 업무를 총괄한다.
전대욱 전임 CFO의 보직은 관리본부장 겸 경영부사장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상임이사(등기임원)로 발탁되면서 이사회 일원으로 합류했다. 관리본부에는 노경협력처, 인사처, 조달처, ICT융합처, 사이버보안센터 등의 조직이 편제했다. 직원 선발부터 노사관계 관리, 전력 생산시설 원자재 수급,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등의 실무를 담당해왔다.
2022년 1월 부임한 이래 올해 5월까지 기획본부장을 지낸 전대욱 경영부사장은 '재무건전성 확립'과 '자금 확충'이라는 의제에 충실히 임했다. 2021년 말 연결기준 19%였던 총차입금 대비 단기성차입 비율을 1년 만에 11.5%로 7.5%포인트(p) 낮춘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글로벌본드 등 회사채를 잇달아 발행한 덕분에 2조4964억원을 확보하는 결실도 얻었다.
◇2026년까지 부채비율 '160.6% 이하' 유지 목표 윤 본부장은 '2022~2026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입각해 자금 수지를 관리할 전망이다.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의제는 '재무 안정성 강화'다. 2026년까지 부채 총계 상한선을 43조4000억원으로 설정하고, 부채비율은 160.6%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목표와 달리 현실은 녹록잖다. 올해 1분기 말 총부채는 43조5345억원으로 제한선보다 1300억원가량 초과했다. 2022년 3월 말 39조831억원과 견줘보면 1년새 부채 규모가 4조원 넘게 늘었다. 부채비율 역시 167.8%로 목표치보다 7.2%p 웃돌았다. 지난해 3월 말 147.1% 대비 20.7%p 급증한 수치였다.
레버리지 지표 관리상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건 '충당부채'다. 2022년 3월 말 전체 충당부채는 23조1646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말에는 27조21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1년 만에 16.7% 불어난 규모다.
△원전 사후처리 △사용후 원전연료 처리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 등의 복구충당부채 증가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미래 원전이 수명이 다했을 때 시설을 해체하거나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는 시나리오를 감안해 예상 소요 비용을 인식한 금액이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 말 복구충당부채 규모를 살피면 22조5624억원에서 26조4033억원으로 4조원 가까이 늘었다.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판매하는 가격(정산단가) 인상이 억제돼 수익성이 나빠진 대목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영업이익률이 2020년 연결 기준으로 13.2%를 찍은 뒤 계속 낮아지는 추세를 드러냈다. 올해 1분기에는 마이너스(-) 10.6%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원전 가동에 한층 탄력을 내는데서 일차적 해법을 찾을 전망이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도 발전설비의 안정적 운영으로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장기화 정비현안 해소 △계획예방정비 최적화 △고장정지 최소화 등을 원전이용률 제고책으로 제시한 만큼 윤 본부장이 여기에 어떻게 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