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투자 중심에 놓인 건 '원자력발전소'다. 한때 원전 증설 추진이 주춤했으나 지난해부터 다시 기지개를 켰다. 정책 기조가 탈원전에서 원전산업 진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034년까지 12년 동안 14조원을 마련해 원전 건설에 쓸 예정이다. 양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구축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중장기 투자 규모는 19조원이다.
앞으로 자본적지출(CAPEX)이 연간 2조원 안팎으로 전망되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NCF) 추이를 감안하면 내부 자금으로 충당키 여의치 않다. 경영진이 금융권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으로 투자금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건 이유다.
◇건설 프로젝트 투입액, 당초 예상대비 늘어날 수도 한수원의 투자 로드맵은 정부 시책과 궤를 같이한다. 2022년 7월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 따르면 원자력 기반의 전력 생산을 적극 활용하는 기조가 거론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1월에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역시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36년까지 34.6%로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설비투자 밑그림을 관통하는 열쇳말이 '원전 증설'인 배경이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한수원은 △원자력 △양수 △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발전소 건립에 2034년까지 19조3473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원전 건설 사업에 13조8017억원을 집행할 예정인데 전체 투자 예정액의 71.3%를 차지한다.
단연 많은 실탄이 들어가는 원전 건설 사업은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공사 프로젝트다. 준공 목표 시점인 2033년 10월까지 11조5141억원을 집행해 발전용량 28GW(기가와트)를 확충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2017년에 건립 계획이 백지화됐으나 올해 재개했다. 한수원은 올해 3월 두산에너빌리티와 2조8701억원 규모의 원자로설비·터빈발전기 납품 계약을 맺는 등 공사 진척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다만 진행 중인 공사 건의 투자액이 당초 예상보다 더 늘어날 여지가 존재한다. 올해 9월에 투자를 마무리할 예정인 신한울 1·2호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010년 4월에 시작해 13년째 자금 집행이 이어졌다. 이미 지출한 자금과 앞으로 쓸 금액을 더한 총투자 규모는 2013년 말 6조2981억원이었다. 하지만 2014년 말 7조9823억원, 2020년 말 9조4436억원, 지난해 말 10조3274억원 등으로 불어났다.
총투자액이 계속 늘어난 건 부지 안전성 평가를 수행하고, 기자재 품질을 보강하는 조치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는 신한울 1·2호기 가동 시점이 늦춰지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당초 한수원은 상업운전 개시 시점을 2018년으로 정했으나 실제로는 2021년이 돼서야 시운전을 시작했다.
◇미래 CAPEX 연평균 1조6000억 전망, '차입·회사채'로 돌파 올해부터 2034년까지 한수원의 설비투자 계획을 감안하면 연평균 1조6123억원의 CAPEX가 발생할 전망이다. 과거에도 연결 기준으로 △2019년 2조6485억원 △2020년 2조5963억원 △2021년 2조25억원 △2022년 1조8597억원 등의 CAPEX가 발생하는 등 해마다 발전소 건설에 '조(兆) 단위' 자금을 집행해왔다.
반면 본업을 토대로 유입되는 현금 수준은 연간 설비투자액을 감당키 어려웠다. 2010년 이래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CAPEX를 웃돌았던 해는 2014~2017년, 2022년에 불과했다. 13년 가운데 8년은 NCF로 연간 설비투자 규모를 커버할 수 없었다.
쌓아둔 유동성만으로 발전소 증설에 대응하기란 역부족이었다. 현금과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유동 당기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등을 더한 규모의 추이가 방증한다. 2019년 말 2750억원, 2021년 말 6350억원, 2022년 말 1조3022억원 등으로 점차 늘어났지만 CAPEX에 못 미친 상황이었다.
자체적인 투자금 확보가 어려웠던 만큼 경영진은 일찌감치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집중 조달하는 기조를 설정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을 구성하는 △단기차입금 순증감(차입-상환) △사채 발행 △장기차입금 차입 등의 항목을 더한 금액에서 드러난다.
2019년 이래 외부 자금 확보액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21년으로 1조9406억원을 끌어왔다. 회사채를 찍어낸 덕분에 1조3490억원이 사내로 유입됐고 금융기관 대출을 활용해 5916억원의 실탄을 추가로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