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해외 에너지 투자에 뛰어든지 15년이 지났다. 2008년 첫 자금 집행 이후 올해까지 7000억원 넘게 해외 법인에 투입했다.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광물인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신재생 전력 생산으로 수익을 얻는 청사진이 녹아들었다.
구상은 담대했지만 현재 글로벌 에너지 개발 행보가 기로에 섰다. 정부가 '공기업 재무 개선' 방침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일부 피투자회사를 청산하는 등 해외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초기 '우라늄 수급' 집중, '신재생발전'으로 무게추 이동 한수원이 15년 동안 해외 법인에 집행한 금액은 7231억원이다. 자금 집행의 첫 발을 뗀 시점은 2008년이다. 원전을 가동하는 데 필수적인 원료인 우라늄을 확보하는 기반 마련에 집중했다. 당시 캐나다 워터베리에 자리잡은 광산을 첫 탐사 구역으로 낙점했다. 한수원은 33억원을 출자해 '코리아 워터베리 우라늄 파트너십'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투자는 공격적 양상으로 진화했다. 2009년 농축우라늄 제조에 특화된 프랑스 기업 아레바(Areva) 산하 공장 운영사 'SET홀딩'에 자금을 투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연간 400톤의 농축우라늄을 우선 매입할 권리를 얻는 대신 지분 2.5%를 사들이는 데 2293억원을 집행했다.
아프리카 니제르에 있는 우라늄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2009년 12월 한수원은 '코리아 이모라렝 우라늄 인베스트먼트(KIUI)'가 출범했는데 1155억원을 출자해 주식 40%를 취득했다. 한전은 1730억원을 들여 나머지 지분율 60%를 책임졌다. KIUI는 광산 운영사인 '아레바 NC 익스팬션(오라노 익스팬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해외 투자 초기 열쇳말이 '우라늄'이었다면 최근 투자는 '신재생에너지'에 주안점을 뒀다. 탄소 중립 의제가 부상하자 세계 각국이 친환경 방식으로 전력 생산을 강화하는 움직임과 맞물렸다. 발전시설을 운영하며 장기간 수익 창출을 도모하려는 밑그림도 반영됐다.
2020년 10월에 한수원은 467억원을 출자해 유한회사 'KAS 인베스트먼트' 1호와 2호를 세웠다. 두 업체를 활용해 미국 △일리노이 △네브래스카 △텍사스 주에 포진한 육상 풍력발전단지 지분 49.9%를 인수했다. 2021년 초 칠레 과달루페 지역에 7메가와트(㎿) 용량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에도 28억원을 투입했다.
◇한전 투자자산 떠안기도, 니제르 개발사업 좌초 정부가 공기업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드라이브를 걸자 한수원의 해외투자 포트폴리오는 큰 변화를 겪었다. 첫 파도가 밀려든 시점은 2016년이다. 당시 한전은 글로벌 자원 개발 사업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한수원이 한전의 해외 투자 자산 일부를 인수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아프리카 니제르 우라늄 광산 사업을 둘러싸고 KIUI(921억원)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데 921억원을 집행했다. 캐나다 자원 개발 업체 데니슨(Denison) 주식도 5만8100주 매입하면서 367억원을 썼다. 미국 우라늄 생산 2위 업체 에너지퓨얼스(Energy Fuels) 지분 2.6%를 사들이는데 32억원을 썼다.
두번째 파도는 2021년에 밀려왔다. 니제르 이모라렝 우라늄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한 대목이 결정적이었다. 한수원은 종속기업 KIUI를 청산하면서 KIUI가 갖고 있던 오라노 익스팬션 지분 4.7%를 직접 취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오라노 익스팬션 장부가액은 제로(0)로, 기업가치를 모두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해외 투자에 신중히 접근하는 기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캐나다 자원개발사 데니슨이 진행한 유상증자에 불참했다. 이에 따라 보유 지분율은 2022년 초 7.2%에서 같은해 12월 말 7.1%로 소폭 줄었다.
스페인 태양광 발전시설 투자 프로젝트도 중단했다. 올해 초 'KHNP 스페인'을 청산했다. 설립한지 1년여 만이다. 폴리실리콘 등 핵심소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자 사업을 지속키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투자 중단 결정을 내렸다.
한수원은 올해 초 재무건전성 증진 조치로 '해외 투자 심의 강화'를 거론했다.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을 시사하는 대목은 지난해 수립한 '2022~2026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수원은 출자·출연 관리 강화, 투자 효율성 제고 등의 방침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