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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한국전력은 경영성과 항목에서 5점 만점 환산 기준 1점대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주가 하락이 지속된 영향이 컸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은 무난한 그래프를 그리고 있지만 성장폭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0조원대 부채에 눌려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부채는 급증했지만 자본은 같은 기간 줄어들면서 부채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상황이다. 재정 건전화 계획을 실행한데 이어 오는 2026년까진 총 13조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추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실적 상승에도 부채 하락, 경영성과 점수 최저점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한국전력의 이사회 운영과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56점을 받았다.
6개 공통지표 중 한국전력이 가장 약한 모습을 보인 건 경영성과다. 5점 만점에 1.7점을 기록했다. 경영성과 카테고리에서는 기업 경영 성과, 실적, 주가수익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투자지표, 성과지표, 재무건전성 등으로 세부 항목을 나눴고 총 11개 항목에 최고 5점씩을 배점했다.
경영성과 카테고리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한국전력은 55점 만점에 19점을 얻는데 그쳤다. 긍정적인 항목도 존재한다.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 측면에선 최고점인 5점을 받았다.
한국전력의 2023년 매출은 85조8256억원으로 2022년 68조9515억원 대비 16조8741억원(24.5%) 불어났다. 전력판매량이 소폭 감소했지만 판매단가가 오른 덕분이다. 매출 증대와 맞물려 자산 활용 효율성을 나타낸 지표인 총자산회전율도 상승했다. 2023년 61.8%로 2022년 52.6% 대비 9.2% 포인트 올랐다.
실적 개선의 계기는 정부의 전기료 조정을 결정이었다. 정부는 2023년 1월 킬로와트아워(㎾h)당 13.1원 올린 이래 한 해 동안 26원을 인상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한 대목도 우호적으로 작용하면서 전체 영업손실폭을 줄이는 계기가 됐다.
다만 경영성과를 확인하는 항목 중 하나인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은 오히려 하락했다. 자본총계는 일년간 15.4%(3조4036억원) 감소한 18조6570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을 겪으며 이익잉여금이 4조4172억원에서 1조185억원으로 76.9%(3조3987억원)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ROE는 최저 점수인 1점을 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 재무성과 평가 항목들도 모두 최저점인 1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의 경우 부채급증과 자본 하락등과 맞물려 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 등 수치들은 2023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2023년 말 644.2%로 2022년 493.9%보다 150.3%포인트 올랐다. 1년새 총부채가 10.3%(11조2182억원) 많아진 120조1813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가부진, 13조 자구노력 시행 눈길
투자 관련 평가 항목들도 모두 최저점을 기록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5배로 동일업종 평균과 비교해 다소 낮았다. 기업 시장가치가 순자산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다.
레버리지 지표가 계속 악화되는 점은 잠재적 불안요인이다. 손실이 지속되며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자 외부에서 자금을 빌려올 수밖에 없었다. 부채비율이 600%선을 넘긴데다 이자보상비율(ICR)이 3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전력은 자체 현금창출 능력이 떨어지자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행보가 잦아졌다. 한전의 총차입금은 2023년 말 90조3205억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말 77조6393억원과 견줘보면 16.3%(12조6812억원) 증가했다.
한전은 2024년도 경영평가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기 위해 부채비율 하향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안에 보유한 토지자산을 재평가하는 방식으로 7조원대 자본을 확충하는 밑그림을 그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어 오는 2026년까지 기존 계획에 없던 1조8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포함해 총 13조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추가로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