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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재무 점검

한수원, 조달위험 억제법 '만기 장기화 전략'

③1년내 상환액, 총차입금 대비 '10%대' 관리…'20년·30년물' 회사채 5조 웃돌아

박동우 기자  2023-05-25 16:07:18

편집자주

공기업의 수익 악화, 부채 증가는 정부의 잠재적인 재정 부담 요소다. 손실이 누적됐을 땐 이를 보전하기 위해 결국 공기업의 대주주인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공기업들은 각자 재무 위험 요인을 파악해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재무 관리 방안을 수립해 두고 있다. THE CFO는 주요 공기업들의 재무 현안과 이를 풀어갈 인물 등을 살펴본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원전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회사채와 차입으로 충당해왔다. 발전소를 짓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수십년에 달하기 때문에 경영진은 단기간 상환 압력이 커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1년 안에 갚을 금액의 비중을 전체 차입금 대비 '20% 이내'로 집중 관리한 배경이다.

유동성이 급격히 소진되는 위험을 억제하는 취지에서 '만기 장기화 전략'도 구사했다. 발행한 회사채 중 20년물과 30년물 잔액이 5조원을 넘는다. 정부 지원을 얻기 용이한 특수성과 국내 발전업계 중요 입지를 어필하며 우량한 신용도를 형성한 노력이 주효했다.

◇빚 13조 가운데 단기성차입 1조7000억

한수원은 원자력발전소 등 설비 확충에 필요한 실탄을 외부에서 충당하는 데 주력했다. 발전용량을 확대하는 정부 로드맵과 맞물려 총차입금이 꾸준히 늘었다. 연결 기준으로 △2019년 말 10조6144억원 △2020년 말 11조3558억원 △2021년 말 12조3732억원 등을 기록했다. 2023년 1분기 말에는 13조845억원으로 나타났는데 4년새 23.3% 불어난 규모다.

총차입금 구성을 살피면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금액은 1조7070억원이다. 보유한 단기성차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회사채인데 1조3416억원으로 나타났다. 원화 채권이 5599억원, 외국 통화로 표시된 사채가 7817억원이다.

나머지 금액 가운데 2600억원은 전자단기사채로 조달한 금액이다. 3.8% 수준의 고정금리를 책정했는데 올해 5월에 만기가 도래했다. 우리종합금융, 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KB증권 등에서 자금을 끌어왔다.


전체 차입금 규모와 견줘보면 1년 이내 상환하는 금액 비중이 13%다. 에너지 부문에 포진한 주요 공기업의 총차입금 대비 단기성차입 비율과 견줘보면 낮은 편이다. 올해 3월 말 가스공사가 57.7%, 한국전력이 17.4%로 나타난 대목이 방증한다.

한수원 재무 라인은 실탄을 상환하는 시점이 단기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제어하는 원칙을 일관성 있게 구사했다. 빌린 자금 용처가 대부분 발전소 건설·운영 등에 쓰이는 특성과 맞닿았다. 원전을 건립해 가동하면서 투자금을 온전히 회수하기까지 40~60년이 걸리는 만큼 만기 역시 최대한 길게 설정하는 데 주안점을 맞췄다.

◇'정부지원' 인식, 우량 신용도 기여

차입금을 갚는 시점을 최대한 뒤로 늦추는 '장기화 전략'은 자금 조달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한수원이 보유한 총차입금 가운데 원화로 표시된 회사채의 트렌치(만기 구조)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3년부터 30년까지 만기를 폭넓게 짰다.


아직 갚지 않은 원화사채 잔액 8조1200억원 가운데 단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20년물이다. 3조1300억원으로 38.5% 되는 규모다. 30년물 역시 1조9700억원으로 미상환 원화채의 24.3%를 구성한다.

만기가 도래하는 연도 역시 올해부터 2052년까지 다양하게 분포했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원화사채 물량은 4300억원 수준으로 미상환 원화사채 잔액의 5.3%에 불과하다. 2040년 이후 상환하는 회사채 물량은 2조7700억원어치로 전체의 34.1% 규모다.


20년물, 30년물 등의 장기채를 활발히 찍어낼 수 있는 비결은 신용도가 탄탄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한수원이 발행한 회사채에 'AAA' 등급을 매겼다. 유사시 정부가 지원 주체로 등판할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재무 여건이 악화되더라도 채권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공기업이라는 특수성이 자금 조달에 우호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국내 전력 생산 사업자 가운데 한수원의 입지가 두터운 대목도 우량한 신용등급을 뒷받침해왔다.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한수원의 발전설비 용량은 3만32메가와트(㎿)다. 전국 설비 용량 13만9079㎿의 21.6% 규모다. 올해 1분기에 판매한 전력량 역시 4만3414기가와트시(GWh)로 전체의 31.2%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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