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역난방공사는 올해부터 연초에 투자자들에게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전망치와 실제 실적 사이 오차를 두고 고심하다 내린 결정이다. 분기별로 가이던스를 업데이트해 오차율을 좁히기보다 아예 가이던스를 내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난방공사는 지난 2월 공정공시를 통해 올해부터 연간 영업 실적 전망치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망치와 실적 오차로 인한 투자자 혼란을 우려해 가이던스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다.
난방공사는 2011년부터 매년 초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줬다. 경영지원본부 산하 재무처 자금IR부에서 전망치를 제공했다. 난방공사에서는 고국현 경영지원본부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난방공사는 코스피에 상장한 공기업 중에서 돋보이는 IR 정책을 펴 왔다. 한국전전력공사는 2007년, 한국가스공사는 2017년을 끝으로 실적 가이던스를 내지 않았다.
난방공사는 연초 실적 가이던스를 공유해 투자자들의 실적 예측 가능성을 높여줬다. 지난해까지 매년 △매출 △영업이익 △법인세차감전순이익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제시했다.
◇ 지난해 가이던스 한 차례 조정, 올해부터 정부 보고 재무 전망으로 대체 가이던스와 실적 사이 간극을 좁히는 IR 활동은 미진했다. 2021년까지 연초에 제시한 가이던스를 연말까지 유지했다. 환율, 유가 변동에 따라 오르내리는 실적과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발전원가를 판매단가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려운 열 요금 구조 때문에 영업이익 오차율이 컸다. 2018년에는 영업이익이 가이던스를 93% 하회한 145억원이었다. 이듬해 영업이익은 가이던스를 250% 상회하는 4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한 차례 가이던스를 업데이트했다. 원료비인 액화천연가스(LNG) 단가 상승 폭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2021년 1만3365원/GJ이었던 발전용 LNG 평균 단가는 지난해 2만8542원/GJ으로 114% 올랐다. 같은 기간 난방공사 열 사업(지역 난방사업) 부문 판매단가는 전년 대비 11.6%(8374원/Gcal)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연료비 인상분을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해 영업손실을 피하기 어려웠다.
난방공사는 지난해 초 경영 목표를 짤 때까지는 영업이익을 지속하고, 당기순이익만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2월 제시한 별도 기준 실적 가이던스는 △매출 2조8175억원 △영업이익 85억원 △당기순손실 485억원이었다.
거시경제 지표가 연초 전망과 달라지며 실적 흐름이 바뀌었다. 난방공사는 유가를 배럴당 64달러, 원달러 환율을 1140원으로 가정하고 가이던스를 설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평균 유가는 배럴당 96.35달러(두바이)로 가정치보다 50.5%, 환율은 1292.2원으로 가정치보다 13.4% 높았다.
난방공사는 지난해 8월 가이던스를 조정하면서 영업이익 전망을 적자로 바꿨다. 수정한 가이던스는 연결 기준으로 △매출 3조5066억원 △영업손실 3433억원 △당기순손실 3848억원이었다.
가이던스를 업데이트한 덕분에 실적과 오차율을 좁힐 수 있었다. 매출 오차율은 연초 가이던스 기준 48.1%에서 조정치 기준 19%로 감소했다. 영업이익 오차율은 -4852.9%에서 -17.7%로, 당기순이익 오차율은 -279.2%에서 52.2%로 작아졌다.
분기 중에 가이던스를 정정해 오차율을 줄였지만 절대적 수치가 작은 편은 아니었다. 추가로 오차율을 낮추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분기마다 가이던스 변동 여부를 점검해 실적과 격차를 줄이는 IR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난방공사는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정부에 보고하는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공기업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10월 기획재정부 장관과 주무기관장에게 당해년도를 포함한 5개년 재무관리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재무관리 계획에는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을 포함한 재무 전망이 담긴다.
다만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도 연간 단위로 발표해 다음 보고 기간까지 전망치가 조정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