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thebell note

남동발전 '장족의 발전'

박동우 기자  2024-07-18 07:06:42
모든 기업은 한번쯤 위기의 시간을 통과한다. 하지만 공기업은 태생적으로, 오랫동안 고난에 시달린다. 공공 복리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수행하면서 막대한 손실과 빚을 감내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20개사 경영평가 내역을 분석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하면서 자금·회계, 성과관리 실무에 종사하는 이들과 연락할 기회를 많이 얻었다. 통화하면서 정부 평가단 주최로 경평결과 설명회가 열린다는 사실도 접했다. 행사 현장에는 공기업 실무진 130여명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요 공기업의 사례 발표에 귀가 쫑긋거렸다. 100마디 이론보다 단번의 경험이 와닿지 않는가. '재무예산관리' 분야 우수사례로 유일하게 한국남동발전이 선정됐다. 한국전력의 자회사이자 인천 영흥, 경남 삼천포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자산 14조원대 공기업이다.

4년 전 1400억원대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며 위기에 봉착했지만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수행한 결과 이익을 내는 회사로 달라졌다. 지난해 차입 실행을 감수하면서까지 한전에 3000억원 규모 중간배당을 지급한 가운데 총부채와 금융부채를 6년 만에 줄이는 결실을 얻기도 했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사례 발표자로 나선 이는 '재무개선실장'이다. 과장이나 대리급 직원이 나서 발표하는 여느 공기업들과 확연한 대조를 이뤘다. 적극적으로 성과를 알리겠다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실장은 재무구조에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일조한 방안들을 10여분 동안 설명했다. 여러 해법을 들으면서 세 갈래 방향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원인 진단, 정밀 접근, 신뢰 확보'라는 열쇳말이 떠오른다. 원인 탐색의 결과물은 '부채 트리(Debt-Tree)' 시스템으로 드러난다. 총부채와 자기자본의 변동을 좌우하는 요인을 '인수분해'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부채비율을 결정하는 변수를 정교하게 제어하기 위함이다.

투자사업,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RPS), 전력판매수익 등 15대 변수를 모니터링하는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발전소 호기와 연료별로 재무제표를 작성해 관리하는 조치도 돋보였다.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개선한 덕분에 작년 정기 세무조사에서 시장형 공기업 평균 추징액 61억원보다 훨씬 적은 8000만원만 내는 '절세'도 이뤄냈다.

반전 서사를 만들어내기까지 남동발전 임원부터 실무진까지 밤잠 설친 고생의 무게가 묵직하다. '비상경영'과 '전방위적 노력'이라는 구호 이면에는 재무적 위험 징후를 포착하고 관리 사각지대를 없애려 한 의지가 집약됐다. '우수사례'라는 수식어, 앞으로 계속 붙여줘도 될 것 같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