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수익 악화, 부채 증가는 정부의 잠재적인 재정 부담 요소다. 손실이 누적됐을 땐 이를 보전하기 위해 결국 공기업의 대주주인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공기업들은 각자 재무 위험 요인을 파악해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재무 관리 방안을 수립해 두고 있다. THE CFO는 주요 공기업들의 재무 현안과 이를 풀어갈 인물 등을 살펴본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을 냈다. 정산조정계수 하향 조정에 따른 판매단가 하락과 원전연료감모상각비 부담 상승으로 수익성이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다만 원전연료감모상각비 부담으로 향후 정산조정계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정산조정계수 협의 시 비용이 늘어난 만큼 보정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 전력 31% 생산에도 올 1분기 '영업손실'
한수원은 2001년 4월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물적분할돼 설립된 발전자회사다. 한전이 한수원을 100% 보유한 구조다. 한전은 대한민국 정부가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수원의 사업구조는 단순하고 안정적이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소 운영회사로, 국내 전력의 약 30.9%를 생산한다. 생산한 전기는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량 한전에 판매하는데, 원자력에너지는 석탄, 천연가스(LNG) 등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생산원가가 낮아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여지가 높다.
그러나 한수원은 올 1분기 매출이 높은 전력판매량에 따라 전년 동기(2조3767억원) 대비 15.1% 증가한 2조6895억원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27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정산조정계수·원전연로감모상각비 영향
주요 원인으로는 정산조정계수 하락과 사용후 핵처리 비용인상이 꼽힌다. 정산조정계수란 2008년 당국이 도입한 일종의 할인 제도를 말한다. 정산조정계수는 0과 1 사이에서 조정이 되는데, 이 숫자가 0에 근접할 수록 한전에 전기를 파는 발전사들의 수익이 줄어들고 1에 가까워질수록 발전사들의 수익이 올라간다.
올 1분기 한수원의 정산조정계수는 0.3으로 작년 말 대비 2분의 1가량 낮아졌다. 12월 말 정산조정계수는 0.6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한수원의 작년 말 전기의 총평균 판매단가는 킬로와트시(kWh) 당 59.80원이었으나, 올 1분기 말에는 59.57원으로 줄었다.
정산조정계수는 결정하기 전에 산업부, 전력거래소, 한전, 한수원, 발전 5사 실무자들이 참여해 회의를 진행한 이후,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있다. 한수원의 실무자는 기획처의 전력거래부 인력이다. 기획처는 전대욱 부사장(사진)이 이끄는 기획본부의 하위 조직이다.
다만 한수원은 정산조정계수가 영업손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산조정계수보다는 원전사후처리비재산정 등에 따른 비용 증가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수원의 올 1분기 영업손실에는 원전사후처리비재산정비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올 1분기의 매출원가는 2조947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603억원) 대비 15.1%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작년 원전연료감모상각비는 6618억원으로 전년(3463억원) 대비 91.1% 증가했다.
한편 원전연로감모상각비 부담이 늘어난 만큼 향후 한수원의 정산조정계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수원 관계자는 "올 1분기 정산조정계수에 원전연료감모상각비가 반영이 안 됐다"며 "향후 정산조정계수를 협의할 때 비용이 늘어난 만큼 보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