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한국전력의 자회사이자 발전설비 정비를 담당하는 한전KPS는 외부위원이 포함된 임원후보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비상임이사(사외이사)를 선임한다. 아울러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평가해 재선임에 반영할 정도로 선도적인 이사회 제도를 갖췄다.
다만 감사위원회가 부재한데다 사외이사만의 회의도 없어 사외이사들의 권한을 강화할 시스템을 갖추지는 못했다. 특히 사외이사 평가의 주체가 기획재정부(정부)란 점에서 대주주로부터의 독립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외부위원 합류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2023년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한전KPS는 255점 만점에 157점을 받았다.
'구성' 항목에서는 5점 만점의 2.8점이 나왔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만 선임사외이사를 두면서 견제기능을 제고한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 사외이사 3인과 외부위원 3인으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 외부위원 중에는 법조계, 경제계, 언론계, 학계 및 노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선임하고 있으며 관련 규정에 의거, 회사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 1명을 포함해 구성한다.
선임과정은 임원추천위원회 심사와 추천을 받으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심의와 의결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 의결이 되면 기획재정부장관이 임명하는 구조다. 민간기업보다 좀 더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이사회는 지난해 11번 개최됐으며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회의, 외부위원 회의로 나눠 개최됐다. 외부위원만의 회의를 4번이나 개최했다. 사기업에서는 보기 어려운 선임구조이며 외부의견을 청취, 반영한다는 점에서 시스템은 상당히 선도적이다.
'평가개선 프로세스' 항목은 5점 만점에 3.3점이다. 사외이사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6조에 의거, 직무수행실적을 평가하고 그 결과는 해임 및 재선임 여부 등에 반영토록 했다. 평가 기준과 방법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36조에 따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정하고 있다. 직무수행실적 평가 시에는 이사회 참석률, 이사회 발언, 경영에 반영된 제언 등 이사회 활동 전반이 고려된다.
◇대주주가 사외이사 평가, 장기적 주주환원책 부재
'견제기능'과 '정보접근성'은 각각 2.9점, 2.7점으로 낮은 편이었다. 일단 감사위원회를 갖추지 않고 상근감사제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점수가 깎였다.
가장 문제는 사외이사 선임과 평가의 주체다. 한전KPS의 사외이사는 기획재정부장관이 임명하고 평가한다. 한전KPS는 한국전력공사가 지분 51%를 보유한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한전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32.9%)이고 정부를 대표해 기재부가 18.2%를 갖고 있다. 산업은행이 100% 정부 소유인 점을 감안하면 한전KPS의 대주주는 정부다.
민간기업으로 따지면 대주주가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평가하는 셈이다. 당연히 이사회 독립성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보접근성의 경우 장기적인 주주환원정책을 공표하지 않는 점과 사외이사 추천인이 누군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외부위원을 뒀다지만 외부위원의 출신, 인적사항 역시 공개되지 않는다.
'경영성과' 항목은 3.9점으로 6개 항목 중 평점이 가장 높다. 세부적으로 보면 주가순자산비율,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등 주주지표가 모두 1점으로 낮다. 다만 추세적으로 보면 평가기간인 2023년의 한전KPS 주가가 2만원대까지 떨어질 정도로 유독 낮게 움직였다. 2022년과 올해 주가는 4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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