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현대자동차그룹 11개 상장 계열사에서 최소 1명의 대주주 혹은 경영진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인 정의선 회장도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계열사 3곳에서 사추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추위는 말 그대로 주주총회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이사회 내 위원회다. 현행 상법은 사추위 전체 위원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만 대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사추위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는 게 세계적 흐름이다. 국내 한국ESG기준원도 사추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의무 사항이다.
◇11개 사추위 모두 사외이사 구성률 60% 내외…현대오토에버는 '80%' 최고 THE CFO가 지난해 '반기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현재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가운데 사추위를 설치한 곳은 총 11곳이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차증권 △현대오토에버다 △현대비앤지스틸이다.
사업연도말 별도기준 자산총계가 2조원 미만인 상장사는 사추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비앤지스틸과 이노션이 자산총계가 2조원이 되지 않아 사추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단 현대비앤지스틸은 2021년 사추위를 설치했다. 이노션은 설치하지 않았다.
현행 상법 제542조8에 따르면 사추위는 사외이사가 전체 위원의 과반수가 되도록 구성해야 한다. 경영진을 감시·감독하고 견제하는 사외이사를 선출하는 데, 감시·감독 대상인 경영진의 의사가 반영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13년 전인 2011년에 상법이 개정되면서 관련 조항이 생겼다.
현대차그룹 11개 상장 계열사 모두 상법 제542조8을 준수하고 있다. 사외이사 구성 비율이 모두 50%가 넘는다. 가장 높은 곳은 현대오토에버로 사추위 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외이사다. 사외이사 구성 비율이 80%다. 이외에 다른 계열사의 사추위 내 사외이사 구성 비율은 57~67%였다.
사추위를 이끄는 위원장은 사외이사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대비앤지스틸만 사내이사인 지재구 부사장(경영지원총괄·CFO)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다른 10개 계열사 사추위는 모두 사외이사가 위원장직에 앉아 있다. 상법은 사추위 내 사외이사 구성 비율에 대해서만 제한을 둘 뿐, 위원장 선임은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대주주' 정의선 회장,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사추위 참여 최근 사추위 구성과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 주목하는 점은 '대주주 또는 경영진의 참여 여부'다. 이사회 본연의 임무인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감독·감시를 하는 사외이사는 대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이들이 뽑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구체적으로 사추위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현행 상법보다 엄격하다.
현대차그룹 11개 사추위에는 최소 1명 이상의 대주주 또는 경영진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등 사추위에는 2명, 현대모비스 사추위에는 1명이 참여하고 있다. 다른 8개 계열사 사추위에는 1명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사추위에는 대주주인 정의선 회장이 참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많다. 다른 계열사는 대표이사(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추위원이다.
이는 다른 글로벌 완성차 그룹과 비교했을 때 이사회 독립성 부문에서 다소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점이다. 가령 GM에서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지배구조·기업책임위원회(Governance and Corp.Responsibility)'는 전원 독립이사(Indepenent Director)로 구성돼 있다. 독립이사는 우리로 하면 사외이사에 해당한다.
글로벌 완성차 부문 시가총액 1위인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테슬라에서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임명·지배구조위원회(Nominating and Governance)'는 4명의 독립이사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뿐 아니라 이사를 모두 독립이사들이 추천한다. 지분 12.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는 임명·지배구조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물론 GM과 테슬라 등이 현대차그룹과 다른 사추위 구성을 유지하는 건 규정 때문인 면도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모두 상장 기업에 전원 사외이사로 사추위를 구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GM은 뉴욕증권거래소, 테슬라는 나스닥에 상장해 있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사외이사를 넘어 이사 전원을 사외이사가 추천하는 흐름이다.
한국ESG기준원도 '지배구조 모범규준'(2021년 최신판)에서 "이사회 내 위원회는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며 "단 감사위, 보상위, 사추위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