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법인세법 개정으로 국내 본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받을 때 부담하는 세금 규모가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현금 확보가 필요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 해외 자회사는 어디인지 살펴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THE CFO가 기업별 국내 본사 배당수익을 책임질 우량 해외 자회사를 찾아본다.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이 현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국내외 보도가 쏟아지자 회사 측은 지난 7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해외 자회사 상장 등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시장 안팎에서는 인도법인의 현지 상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보유 순현금만 7조원(2023년 별도기준)이 넘는 현대차이나 국내와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가운데 주주환원 확대까지 약속해놓은 상황이라 추가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 인도법인은 지난해 GM의 현지 공장을 인수하며 생산능력(캐파)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친환경차 생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도 알렸다.
현대차 인도법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THE CFO가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인 1996년에 설립된 인도법인의 네 가지 특징을 추려봤다. 당시 인도법인은 국내 본사가 지분 100%를 가진 완전 자회사로 설립,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최대 해외 생산기지, 10년간 연평균 가동률 97%
먼저 현대차 인도법인은 '최대 해외 생산기지'다. 국내를 제외하고 북미와 유럽, 남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설치한 생산법인 가운데 가장 큰 캐파를 갖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으로 인도법인은 56만9000대를 생산했다. 2위인 북미법인(HMMA)보다 2배 이상 많다.
단순히 생산규모만 많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으로 인도법인 가동률은 102.%다. 해외 생산법인 8곳 가운데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포함해 2014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약 10년간 인도법인의 연평균 가동률은 97%다. 공장이 쉬지 않고 돌아갔다. 생산시설 운영, 현장 근로자 관리 등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가장 잘 팔리는 차는 소형SUV '크레타와 베뉴'
인도법인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무엇일까. 바로 '크레타'와 '베뉴'다. 모두 소형 SUV다. 현지 전략차종인 크레타는 일반모델과 롱휠베이스(LWB) 등 두 가지 모델로 판매하는데, 지난해에만 총 17만9000여대를 팔았다. 국내에서도 판매하는 베뉴는 약 12만9000대가 팔렸다.
인도는 연간 약 500만대 팔리는 한국보다 약 3배 큰 시장이다. 다만 소득 수준이 아직 높지 않고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도로들도 많아, 저렴하면서 기본기를 잘 갖춘 차들이 인기다. 현대차가 오랫동안 소형차들에 집중한 이유다. 크레타와 베뉴의 선전으로 현대차는 인도 시장점유율 2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10년간 3.5% 이하로 떨어진 적 없는 순이익률
출중한 공장 가동률에서 가늠해볼 수 있듯이 인도법인은 높은 수익성을 자랑한다. 지난해 3분기 누계로 인도법인은 8조14억원의 매출액과 68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률이 8.6%에 달했다. 최근 10년간 순이익률이 3.5% 이하로 떨어진 적 없지만 8%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인도법인은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은 75%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는 부채비율이 200% 이하면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10년간 인도법인의 부채비율은 100%를 넘긴 적이 없다.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키맨은 '인도법인 CEO' 김언수 부사장
인도법인 상장과 지속 성장을 이끌 핵심 인물은 김언수 부사장(사진)이다. 김 부사장은 현재 인도아중동대권역장 겸 인도권역본부장으로 현지에서는 인도법인 최고경영자(CEO)로 통한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3년째 인도법인을 이끌고 있다. 인도 현지 행사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1966년생으로 서울대를 졸업했다. 인도법인 CEO로 선임되기 전까지 현대차에서 글로벌사업기획실장, 사업운영전략사업부장과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등을 차례로 역임했다. 2016년 말 임원으로 진급하기 전에 2014~2015년에 인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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