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얼마 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 자리에 섰다. 정치권에서 현대차그룹이 추천한 사외이사 두 명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작년 6월 선임될 때는 별 얘기가 없었지만 올해 들어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에서 현대차그룹으로 바뀐 게 원인이다.
이사회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회의체다. 주식회사라면 주주를 대변하는 입장에서 구성되는 것을 가장 이상적으로 여긴다. 주주의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하는 제도는 이사회 선진화에 일조하는 만큼 적극 권장할 일이다.
특히 오너 및 경영진이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에 영향을 행사하는 국내 여건상 주주 추천제도를 도입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소유분산 기업인 KT는 지난해 3월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주주추천 사외이사 후보 제도를 도입했다.
그 배경에는 당시 연임이 결정된 최고경영자(CEO)와 그의 후임자가 정치권 외풍을 맞고 이에 부담을 느낀 일부 사외이사들이 중도 사임한 일이 있다. 그 해 6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로부터 추천 받은 사외이사 3명을 선임했다. 그 중 2명이 현대차그룹의 추천을 받았다.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게 아쉬웠으나 그럼에도 주주추천제를 도입, 실행했다는 점은 진일보한 모습이다. 그럼 왜 이걸 문제처럼 얘기하는 걸까. 그들에게는 국가기간통신사업자 이사회에 사기업이 추천한 이가 들어오는 게 그렇게 신경 쓰였는가.
물론 현대차그룹 등이 KT의 이사회에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지분 일부를 팔면서 의도치 않게 1대 주주가 됐다. 현대차그룹의 KT 지분은 8.07%(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국민연금은 7.57%다. 향후 국민연금이 KT 지분을 매수하면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위치다.
수십 년 KT 역사에서 기업가치를 깎아 먹었던 주요 이벤트는 정치적 외풍이었다. 통신사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사업이라 규제 외에는 큰 부담이 없는 비즈니스다. SK그룹 전체가 침체된 상황에도 여전히 건재한 SK텔레콤이 그 방증이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시장의 이목을 끌만한 재미가 없다. 주식시장에서 밸류를 그리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한도(지분 49%)가 겹치니 주가순자산비율이 0.5~0.6배에서 나아가질 못한다.
그나마 뭔가를 시도하려는 이들은 외풍에 꺾여 넘어졌다. 능력과 성과가 아니라 연줄과 정치가 실력이 된 회사에서 무엇이 선진화될 수 있을까. KT의 이사회와 지배구조를 둘러싼 문제의 시발점은 주주가 아닌 외풍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