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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내부 참호 구축 vs 정치적 외풍

③소유분산·기간통신사업자 위치, 외풍 취약해…외국인 투자제한도

원충희 기자  2024-10-31 13: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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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KT의 이사회 경영이 정치적 외풍에 시달리는 근본적 배경에는 두 가지가 지목된다. 오너십이 없는 소유분산 기업이란 점과 국가기간통신사업자 위치다. 소유분산 기업은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경우가 많아 이를 통해 정권의 입김이 전달된다.

이동통신과 인터넷이란 국가적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정치권이 공공성을 내세워 간섭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제한이 걸려 있어 외국인 주주 층을 두텁게 확보하지 못한 것도 외풍을 방어하기 힘든 원인으로 꼽힌다.

◇주기적으로 불어오는 외풍, 밸류에도 악영향

KT는 대표적인 소유분산 기업이다. 이는 특정 창업주 가문이나 대주주 없이 불특정 다수의 주주에게 지분이 고르게 분산된 기업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KT&G 등이 대표적이며 은행계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기업들은 통상 민영화 된 공기업이거나 관의 힘이 강하게 작용되는 산업군에 있다. KT, 포스코, KT&G는 공기업이 민영화 과정을 거쳐 탄생했으며 금융업권은 예로부터 관치가 강한 곳이었다. 통상 이런 기업들은 국민연금이 1대 주주인 경우가 많다.

KT는 민영화 된 공기업인데다 이동통신, 인터넷 등 국가적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다. 아울러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이 1대 주주였다. 정치적 외풍이 개입하기가 수월한 위치에 있다. 국민연금을 통해 지배구조 이슈를 건들면서 압박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이뤄진 구현모 전 대표과 윤경림 대표이사 내정자의 사퇴, 이와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사외이사 중도 사임 이슈가 대표적이다. 그때 3만5000원대였던 주가가 2만8000원대까지 떨어질 만큼 밸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반대로 경영자와 이사회가 외풍을 차단하기 위한 방벽을 두루면 이는 곧 '참호 구축' 이슈로 이어졌다. 전직 KT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가 연임을 위해 자기 말 잘 듣는 사람들을 사외이사에 앉히고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게 일명 '참호 구축'의 논리"라며 "경영성과가 좋아도 정권이 바뀌고 퇴진 압박이 들어오면 회사 가치가 흔들리니 알아서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너로부터의 독립성보다 외풍 방어가 이사회 경영 핵심

국내 재벌기업의 이사회를 둘러싼 문제는 특정 지배주주(오너) 위주로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권익을 대변하지 않고 특정 주주의 이익을 우선해 기업분할, 합병, 상장, M&A 등의 결정을 단행, 일반주주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게 문제였다.

그렇다보니 외국인은 물론 국내 투자자도 시장을 떠나고 이는 전체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에 머무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란 지적이다. 때문에 국내 전문가들은 밸류업의 선행조건으로 지배구조, 특히 이사회 개선을 꼽았다. 오너로부터의 독립적인 이사회가 경영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KT 같은 소유분산 기업은 약간 결이 다르다. 오너십이 없는 회사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성이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 THE CFO가 진행한 '2024년 이사회 평가'에서 KT는 255점 만점에 193점을 받았다. 경쟁사보다 높은 점수다. 즉 이사회 구조와 정량적 측면에서는 업계 상위권이다.


그럼에도 거버넌스 이슈가 불거지는 것은 결국 외풍 영향이다. 국가적 통제가 강한 통신망 등 사회적 인프라를 운영하는 만큼 규제 리스크가 강하다. 정부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이럴 경우 외국인 주주 층을 두텁게 쌓아 정권의 입김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 밀었던 노조 추천 이사제 등이 은행계 금융지주에 안착되지 못한 배경에는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 영향이 컸다"며 "이는 관의 입김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신사들의 외국인 투자제한이다. 국가기간통신사업자란 이유로 외국인 지분율이 최대 49%로 제한된다. 통신사들이 PBR이 저평가 된 주요 배경이다. 대부분 0.5~0.6배로 1배 미만이며 그나마 SK텔레콤이 밸류업 활동에 힘입어 올해 1배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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