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전 세계에서 팔지 않는 종류의 자동차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라인업을 갖고 있다. 가솔린과 디젤, 하이브리드, 전기, 수소 등 현존하는 모든 에너지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생산한다. 크기도 승용차(PC)에서부터 레저용 차량(RV)까지 전 범위를 커버한다.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토요타는 단 한 가지 전기차 모델(bZ4X)만 판매한다. 그마저도 잦은 리콜로 품질 면에서 부족한 점을 드러내고 있다. 2위인 폭스바겐은 수소차 모델을 갖고 있지 않다. 이들보다 판매량은 다소 적지만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다양한 라인업을 갖고 있는 곳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그간 약점으로 지목받던 고급차 부문도 '제네시스'의 약진으로 오히려 강점으로 바꿔 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제네시스 차량은 총 6만9175대로 전년 대비 22.6%(1만2765대) 증가했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한 전체 차량에서 제네시스가 차지하는 비율도 2022년 7.2%에서 2023년 7.9%로 상승했다.
지역별로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차량이 서로 다를 정도로 다양화 전략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먼저 현대차의 최대 판매 시장인 미국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는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레저용 차량은 투싼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는 그랜저, 레저용 차량은 산타페였다.
현재 현대차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중국과 러시아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는 니오스, 레저용 차량은 크레타였다. 두 차량 모두 인도의 덜 정비된 도로 환경과 낮은 구매력 수준을 고려해 설계된 현지 전략 차종이다.
지난해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는 i20, 레저용 차량은 투싼이었다. i20는 유럽의 좁은 골목을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설계된 소형 해치백이다. 인도와 터키에서 생산해 수출 판매하고 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승용차인 i10도 소형 해치백이다. 현대차는 유럽에서도 다양화 전략에 따라 현지 맞춤형 차량을 판매하는 데 집중한다.
반면 테슬라는 이와 상반된 전략을 펼친다. 잘 알려졌듯이 전기차만 판매할 뿐 아니라 종류도 승용차는 모델3과 모델S, 레저용 차량은 모델Y와 모델X, 사이버트럭 등 총 5개밖에 되지 않는다. 현대차와 같은 현지 맞춤형 차량은 제작하지 않는다. 판매 라인업과 생산 방식에서 극도의 심플함(단순함)을 추구하는 일론 머스크 CEO의 성향이 반영됐다.
지난해 테슬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중형 레저용 차량인 모델Y로 약 122만대가 인도된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판매 대수인 180만대의 무려 67.5%를 차지할 정도로 모델Y 의존도가 높다. 투싼과 엘란트라, 크레타 등 전 세계 지역별로 10만대 안팎으로 팔리는 차량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와 상반된다.
테슬라에 현지화 전략이 없는 건 아니다. 현대차가 현지 사정에 적합한 차량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테슬라는 현지 생산에만 집중한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 상하이다.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주력 차량인 모델Y와 모델3를 연간 95만대 이상 생산한다. 테슬라의 전 세계 생산시설 가운데 최대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심플함을 추구하는 테슬라이지만 전기차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라인업 추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 모델3보다 작은 소형 전기차 티저를 공개하며 라인업 확대 계획을 일부 드러냈다. 다만 정확한 크기와 가격, 출시일 등은 밝히지 않았다. 생산지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이 될 것이라는 점만 드러난 상황이다.
머스크 CEO는 최근 열린 실적 발표를 겸한 기업설명회에서 "일정에 대해 내가 종종 낙관적인 이야기들을 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들어주길 바란다"며 "현재 우리 일정은 2025년 말에 (소형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