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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현대자동차그룹 12개 상장사는 대체로 자본효율성이 향상되고 있지만 시장 저평가에서는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 또는 1배에 머물러 있는 계열사가 총 10곳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는 주주환원 확대로 오랜 저평가에서 탈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HE CFO가 올해 2월 마지막 거래일 기준으로 현대차그룹 12개 상장사의 PBR을 살펴본 결과, 1배 미만인 계열사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차증권 △현대비앤지스틸 등 7곳, 1배 이상~2배 미만인 계열사는 △기아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등 3곳으로 집계됐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의 장부상 가치로도 불리는 순자산은 일반적으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으로 이해되지만 엄밀히 따지면 무형자산과 이연자산 등도 차감해야 한다. 이 순자산을 발행주식수로 나눈 값이 주당순자산이다. 따라서 PBR은 주가와 발행주식수를 곱한 뒤 순자산으로 나누는 방식으로도 구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값이 1배라는 건 기업의 시장가치가 장부가치와 같다는 뜻이다.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을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PBR로 보면 현재 현대차그룹에서는 7개 계열사가 저평가 종목이고 3개 계열사는 딱 장부가치만큼만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저평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마지막 거래일 기준으로 12개 상장사의 단순 평균 PBR(12개 상장사의 PBR을 더한 뒤 12로 나눈 값)을 연도순으로 나열하면 0.91배, 1.21배, 1.26배, 0.82배, 0.99배였다. 1배를 넘은 해도 있지만 고평가를 받고 있다고 판단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의 저평가 원인으로는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꼽힌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도 관련 내용이 담겼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이익을 냈는지를 가리킨다. 자본은 주주의 몫이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서 기업의 효율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쓰인다.
그런데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현대차그룹의 PBR이 1배 주변을 맴도는 기간에 ROE는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 5년간 12개 상장사의 단순 평균 ROE(12개 상장사의 ROE를 더한 뒤 12로 나눈 값)는 2.89%, 5.13%, 8.78%, 8.79%, 10.40%로 계속해서 올랐다. ROE 지속 상승이 당기순이익 증가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 이사회의 고심이 클 것으로 풀이된다.
ROE 향상 외에 국내 기업의 또다른 저평가 원인으로는 낮은 배당성향이 꼽힌다. 벌어들이는 이익이 증가하고 여유 현금이 넉넉하다면 그만큼 주주에게 더 많이 환원해야 저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대표 계열사의 이사회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전보다 확장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배당을 하면 자본 구성요소인 이익잉여금이 줄어든다.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 자본 구성요소인 자본금이 줄어든다. 둘 다 자본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ROE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순자산을 구성하는 게 자본이라는 점도 고려하면 PBR 상승도 기대해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 이사회도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추가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간판 계열사인 현대차가 기아와 시가총액 차이가 줄어들고 있고 인도법인 상장으로 조 단위의 구주매출을 거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기주주총회 후로 추가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