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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보수지급기준 공시율 58%…'형식적 준수' 다수

[투명성]⑦12개 상장사 중 7개사 공시…한국거래소, 올해 관련 작성지침 '구체화'

양도웅 기자  2024-02-28 15:58:52

편집자주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현대자동차그룹 12개 상장사 가운데 이사 보수지급기준을 공시하는 곳은 7개 계열사다. 비율로는 약 58%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통해 상장사에 이사 보수지급기준을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사 보수지급기준을 공시하지 않는 기업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구체성이 떨어지는 기준도 기업이 관련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게 만드는 이유로 지목된다. 한국거래소의 이사 보수지급기준 작성지침은 올해 초 몇 가지 항목을 추가하기 전까지 최소 9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주주와 투자자들이 이사 보수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기 위해선 관련 기준을 실정에 맞게 꾸준히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THE CFO가 현대차그룹 12개 상장사의 최신 반기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이사 보수지급기준을 공시하는 곳은 △현대차 △기아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비앤지스틸 △이노션 등 7개 계열사다. 대부분 기업지배구조보고서가 아닌 반기보고서나 사업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5억원 넘는 고액 보수를 받는 이사가 가장 많은 현대차를 예로 들면 현대차는 이사 보수를 급여와 상여, 기타근로소득으로 구분해 책정한다. 퇴직 임원의 경우에는 퇴직금이 보수에 포함되지만 일반적으로 세 요소의 총합을 보수라고 보면 된다.

구체적으로 급여는 '내부기준'을 기초로 직무와 직급, 근속기간, 리더십, 전문성, 회사 기여도, 인재 육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한다. 상여는 '성과 인센티브'를 기초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사업실적, 경영진으로 성과와 기여도, 대내외 경영환경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기타근로소득은 진료비와 학자금 등 복지지원비와 장기근속 포상금 등이다.

다만 급여와 상여 등을 산정할 때 기초가 된다고 밝히고 있는 내부기준과 성과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따로 공시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외에 이사 보수지급기준을 공시하는 다른 6개 계열사의 공개 범위와 수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차증권처럼 이사 보수지급기준을 아예 공시하지 않는 곳도 있다.


일각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관련 규정의 애매모호함을 문제로 꼽는 이들도 있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작성한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르면, 상장사는 사업보고서나 반기보고서에 '이사 보수지급기준'을 작성해야 한다. 다만 그 기준이 다소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2월자 기준서에서 "이사·감사의 보수지급기준은 등기이사(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제외), 사외이사(감사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 제외), 감사위원회 위원, 감사 등으로 구분해 기재한다. 다만, 주주총회에서 구분방식을 달리해 보수총액을 승인한 경우에는 그 주주총회의 구분방식에 따라 기재한다"고만 지침을 내리고 있다.

기업이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를 부실 작성했을 때 불이익도 크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사업보고서 중점 점검사항'에서도 이사 보수지급기준은 우선순위에 들지 않는다. 공시 기준은 있지만 기업들의 자율적 의지에 맡기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일찍이 국회입법조사처 측은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임원 보수의 구체적인 산정기준과 방법'을 사업보고서에 첨부하도록 규정할 뿐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며 "'연간 기업 성과와 경영진 보상 간의 관계'를 공시하도록 한 미국이나 '기업 최종 손익과 보수액과의 상관성'을 공시하도록 한 일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올해 2월 한국거래소의 최신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르면, 상장사는 앞으로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 등에 이사 보수지급기준을 공시하면서 지급근거와 보수체계, 보수결정시 평가항목 등도 함께 밝혀야 한다. 꾸준히 비판받던 부족한 구체성을 강화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이사 보수지급기준 공시 범위를 더 늘리고 수준을 높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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