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더블유씨피(WCP)의 주가가 주춤합니다. 지난 2022년 9월 상장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꾸준히 올라 지난해 8월 당시 8만원을 훌쩍 뛰어넘기도 했는데요. 이후 반년만에 하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주가가 3만원대로 떨어지더니 이달 들어서는 2만원 초반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공모가(4만1700원)의 절반 수준이네요. 52주 최저가(2만150원)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상장 당시 조 단위 빅딜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주가가 빠르게 떨어지며 시가총액은 7000억원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더블유씨피는 이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2022년 9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죠. 주요 제품은 EV용 이차전지 습식 분리막과 세라믹코팅 분리막(CCS)입니다. 더블유씨피의 분리막은 EV용 배터리, 소형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 다양한 종류의 이차전지 배터리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결 기준 30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에 따라 분리막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며 전년 대비 약 18%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0.1%, 3% 감소한 464억원, 53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수익성이 더 악화됐습니다. 지난 2분기 잠정 실적 기준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2% 증가한 2390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92.6% 감소한 24억원에 그쳤습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물류비용이 증가한 점이 실적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해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며 더블유씨피의 제품을 실은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며 운행기간이 3배가량 늘어났습니다.
내부적으로 올해 3분기부터는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 상황이 악화하며 배터리 소재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죠. 대표적인 분리막 제조 기업인 SKIET가 이달 MSCI 한국지수에서 편출되기도 했습니다.
더블유씨피의 경우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수익성 개선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거래소가 2022년 11월 코스닥 시장 내 블루칩 기업을 선별해 출범시켰는데요, 더블유씨피는 올해 6월, 상장 2년 만에 해당 지수에 신규 편입됐죠.
편입 이후 연 1회 거래소의 정기심사 결과 유지요건에 미달 시 해당 기업은 6월 두 번째 목요일의 다음 매매거래일에 편출 조치됩니다. 관리종목 지정과 같은 시장조치사항이 발생할 경우 수시로 편출 조치됩니다.
시장평가·경영성과·연구실적, 경영투명성, 기타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하는데요, 바이오 기업이 아닌 일반 기업의 경우 △시가총액 4000억원 이상 또는 상위 10% 이내 △'최근 및 최근 3사업연도 평균 영업이익 250억원 이상' 또는 '매출액 2500억원 이상 중 하나를 충족' 등을 지켜야 합니다.
더블유씨피는 매출 요건을 이미 충족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매출은 각각 2575억원, 3050억원입니다. 3사업연도 평균 2500억원 달성을 위해서는 올해 1875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이미 2분기 누적 기준 2390억원의 매출을 냈기 때문에 연간 매출 기준으로는 해당 기준을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13일 종가(2만950원) 기준 더블유씨피의 시가총액은 약 7000억원입니다. 거래소에서 제시한 유지 요건 4000억원은 훌쩍 넘는 수준이지만, 최근의 주가 흐름을 고려할 때 실적 개선을 통해 주가를 다시 끌어올릴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Market View 더블유씨피를 다룬 최근 보고서는 IBK투자증권의 '수요 부진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 지속'이라는 보고서입니다. 이현욱 애널리스트가 이달 6일에 작성했네요.
이 애널리스트는 "2023년과 2024년 분기 기준으로 더블유씨피의 분리막 CAPA는 동일하나 최종 고객사의 리스토킹(restocking) 영향으로 상반기 분리막 출하는 견조했으나, 하반기 수요 부진 우려로 EV향, Non-EV향 전부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전기차 수요 부진 우려 현실화에 따른 셀 메이커들의 배터리 출하는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IRA 최종안에서 분리막 원단은 해외우려국가(FEOC) 규제를 받지 않게 되었지만, 북미 내 진출 가능한 분리막 기업은 제한적으로 북미 고객사향 수요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목표주가는 4만원으로 하향했습니다.
◇Keyman & Comment 더블유씨피의 키맨은 최원근 대표이사입니다. 성균관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삼성전자, 와이드, 더블유스코프코리아를 차례로 거치며 2016년 10월부터 더블유씨피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더벨은 더블유씨피 IR 담당자(장일순 상무)에게 연락해 실적 개선 전략과 향후 주주가치제고 계획 등을 질문했습니다.
장일순 더블유씨피 상무는 "전기차 캐즘 여파는 올해 3분기부터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CAPEX 비용을 줄이고,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내년부터 신규 라인에 신생산공법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기차 핵심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에서 분리막 수요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해당 지역에 진출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자동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물류비 부담은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부터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주가치제고 전략과 관련해서는 "2026년 초 헝가리 공장 양산 시점에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해당 시기에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설 경우 현금 배당을 진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3분기 말~4분기 초에 첫 ESG보고서 발간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