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고, 적정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재무 리스트럭처링(Financial Restructuring) 전략을 짠다. 비주력 사업과 유휴 자산 매각부터 계열사 간 통합, 운전자본 최적화 등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다양하다. 미래 현금 창출력 확대를 뒷받침할 재무 구조를 만드는 움직임이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을 살펴본다.
SKC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차입금 증가를 상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주력 자산을 적극적으로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SKC가 2020년부터 지분 처분으로 손에 쥔 현금만 3조원에 육박한다.
SKC는 올해 지분 처분으로 마련한 현금을 사업 재편을 위한 추가적인 지분 투자보다 차입금 상환 중심의 재무건전성 개선에 투입하고 있다. 이는 현금창출력이 약화된 가운데 신용등급을 사수하려는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
◇비주력사업 지분처분 3조 마련…차입 증가 상쇄 SKC는 2020년부터 △이차전지 소재(동박·실리콘 음극재) △반도체 소재(유리 기판) △친환경 소재(생분해 플라스틱·생분해 라이멕스)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을 진행하면서 차입 부담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3조6384억원으로 사업 재편 직전인 2019년말(1조6854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SKC는 2022년 1월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자회사에 대한 출자 책임을 오롯이 졌지만 모회사이자 그룹 지주사인 SK로부터의 자금 지원(출자)을 받지는 못했다. 손자회사인 SK넥실리스가 말레이시아법인과 네덜란드법인에서 합산 1조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SKC의 조달 책임을 일부 덜어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SKC는 사업 재편을 위한 자금을 자체 현금과 차입으로 충당해야 했다.
하지만 별도 기준으로 보면 SKC의 총차입금은 2019년말 9098억원에서 지난해말 1조1358억원으로 2000억원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말에는 8225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차입금의존도를 30.9%로 적정 수준을 맞추면서 재무건전성 관리에 힘을 쏟은 결과다. SKC가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년 반 동안 자회사를 포함한 특수관계자에 현금출자한 총액이 1조8602억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차입 증가를 통제한 것이다.
여기에는 비주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처분해 사업 재편과 재무건전성 개선에 소요되는 현금을 마련한 재무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SKC가 별도 기준으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년 반 동안 지분 처분으로 마련한 현금만 합산 2조9786억원에 이른다.
SKC는 SK넥실리스 지분 100%를 사들였던 2020년 화학사업부문 물적분할로 신설한 SK피아이씨글로벌 지분 49%를 매각해 5624억원을 마련했다. 같은 시기 SKC코오롱PI 지분 27.03% 전량을 처분해 3035억원을, SK바이오랜드 지분 27.94% 전량을 처분해 1153억원을 손에 쥐었다.
2022년에는 필름사업을 담당하던 인더스트리(Industry) 소재사업부문 물적분할로 신설한 SK마이크로웍스 지분 100%를 매각해 1조5950억원을 마련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SK피유코어 지분 100% 전량을 처분해 4024억원을 확보했다. 지분 처분 외에도 이번달 SK엔펄스 유상감자로 1650억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지분 처분과 자회사 유상감자로 마련한 현금은 SKCFT홀딩스의 6900억원 규모 인수금융(신디케이트론) 상환을 위한 7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SKC 별도 기준 차입금 일부 상환의 핵심 재원이 됐다.
◇SKC 자회사 비주력자산 처분 병행…신용등급 사수 촉각 SKC 연결 기준으로 봐도 비주력 자산 처분을 통한 현금 확보 전략은 뚜렷했다. SK엔펄스가 중심이 됐다. SK엔펄스가 올해 2월 파인세라믹 사업부문을 양도해 3303억원을, 이번달 중국 웨트케미칼(wet chemical)과 세정 사업을 처분해 합산 878억원을 각각 손에 쥐었다. SKC는 SK엔펄스 일부 사업부문에 대한 추가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SK엔펄스가 올해 마련한 현금은 SKC에 이미 올려보내 SKCFT홀딩스 유상증자 등에 보탰다. SKC는 올해 비주력 자산 처분으로 마련한 현금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지분 투자에 이용하기보다는 차입금 일부 상환에 우선 이용해 재무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SKC가 올해 차입금 일부 상환으로 재무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신용등급과도 연관돼있다. SKC가 비주력 사업 처분으로 차입금 증가를 상쇄했더라도 올해 상반기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이 2019년말의 2.2배가 된 데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잇따라 영업이익 적자에 머물면서 현금창출력에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은 조달여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그만큼 조달 규모가 축소되고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요인이 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6월 SKC 회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은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춰잡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영업적자와 투자부담이 지속돼 차입부담이 확대된 점과 중단기 재무구조 개션 여력이 제한적인 점을 등금전망 하향 조정의 이유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