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부터 추진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적분할 절차가 오는 9월이면 마무리된다. 분할을 계기로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 닻을 올린다.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거느린 지주사다. 설립과 맞물려 출범하는 이사회는 '조직 안정'과 '선진화'에 초점을 맞췄다.
자회사 한화비전 대표를 사내이사로 배치해 조직 결속을 도모하고 의사결정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는 효과를 염두에 뒀다. 구성원 4인 중 3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가운데 법적 의무와 무관하게 감사위원회를 조기 도입하고 소위원회를 추가 발족할 여지도 남겼다.
◇'4인 체제' 진용…독립경영·책임경영 구현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9월 1일을 기해 공식 출범하고 같은 달 27일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재상장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적분할을 계기로 설립되는 지주사로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종속기업으로 거느릴 예정이다. 한화비전은 폐쇄회로(CC)TV 생산에 잔뼈가 굵은 회사다. 한화정밀기계는 반도체 전·후공정 장비 제조에 특화된 계열사다.
인적분할을 단행한 건 성격이 상이한 사업을 분리해 독립경영 시스템을 구현하는 동시에 의사결정 효율을 끌어올리는 취지가 반영됐다. 올 4월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시한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사업 특성에 부합하는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경영 위험의 분산을 추구한다"며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를 구축해 사업부문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한다"고 목적을 기술했다.
새롭게 닻을 올린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이사회 진용을 '4인 체제'로 꾸렸다. 안순홍 한화비전 대표가 유일하게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를 맡았다. 자회사 수장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합류한 건 지주사라는 특수성과 결부됐다. 지분 보유를 매개로 계열사 사업을 관리하고 자금 조력, 내부 통제, 리스크 제어까지 지원하는 만큼 자회사 경영을 둘러싼 이해도가 풍부한 임원을 사내이사로 발탁해야 적절하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1961년생인 안 대표는 한화비전의 전신 삼성테크윈에서 시큐리티솔루션 전략마케팅팀장을 지내고 한화테크윈 미주법인장, 영업마케팅실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2019년 이래 5년여 동안 한화비전 대표이사 직책을 수행해 왔기 때문에 종속기업 조직을 결속하고 안정을 도모하는데 안 대표가 지주사 수장이자 이사회 구성원으로 적격이었다.
외형과 실적 측면에서 한화비전이 한화정밀기계를 능가하는 대목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한화비전의 총자산은 8028억원으로 한화정밀기계 5694억원과 견줘 1.4배가량 많다. 상반기 매출 역시 한화비전이 4843억원을 시현하며 한화정밀기계(2110억원)의 2배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한화비전이 751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반면 한화정밀기계는 2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사외이사 3인방 중 공직경력 2인…총원 확대 가능성
이사회 멤버 4인 가운데 3인(75%)을 사외이사로 구성한 점도 돋보인다.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김광수 성균관대 인공지능융합원장, 정수미 연세대 회계학전공 조교수가 포진했다. 경력을 살피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가 중시하는 전문역량이 드러나는데 △법률 △대정부관계 △산업 △기술 △재무·회계에 주안점을 맞췄다. 연령대 역시 40대부터 60대까지 고르게 분포된 양상이다.
특히 이규철 변호사와 김광수 원장은 공직 경력이 두터운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1993년 사법연수원(22기)을 수료한 이래 서울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판사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2017년 초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특별검사보로 활약했고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는 ESG와 중대재해 관련 자문 업무를 총괄해 왔다. 김 원장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정보통신산업정책국장을 거쳐 정책관까지 오른 이력이 존재한다.
관가와 밀접한 인물들을 이사진으로 선임한 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자회사들이 영위하는 사업이 당국 정책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서다. 한화비전은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솔루션 기술로 승부수를 띄웠는데 신산업 진흥·규제를 모두 책임지는 중앙 행정부처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반도체 밸류체인에 속한 한화정밀기계 역시 핵심 조력 주체인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미래 자산이 증대되는 국면을 염두에 두고 이사회 산하 위원회를 설치한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법적 의무를 부과받지 않음에도 감사위원회를 조기 발족해 사외이사 3인방 전원이 감사위원으로 배치된 대목에서 알 수 있다. 현행 상법은 별도기준 총자산이 2조원을 웃도는 상장사에 한해 감사위를 설치하도록 명시했지만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자산 규모는 3138억원으로 규율에서 자유롭다.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정관을 통해 이사회 결의로 감사위 외에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 집행위, 이사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기타 위원회 등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정관을 토대로 수립한 내용인 만큼 △ESG위 △보상위 △내부거래위 등을 추가 발족할 여지도 남겨놨다.
이사회 총원이 당초 '4인 체제'에서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관 제26조에 따르면 이사를 '3인 이상 7인 이하'로 둔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분할 신설을 앞둔 상황이라서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이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운영될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