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남양유업은 이사회는 설립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 최대주주가 기존 홍원식 전 회장에서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한앤컴퍼니로 변경된 데 따른 변화다.
기존 남양유업 최대주주였던 홍원식 전 회장은 2021년 5월 한앤컴퍼니와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그간 한앤컴퍼니와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올해 초 대법원이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주면서 약 3년 간의 법적 공방은 끝을 맺었다.
한앤컴퍼니는 대법원의 판결 이후 남양유업 이사회를 물갈이했다. 1월 4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고 두달 뒤인 3월 29일 남양유업은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구성원뿐만 아니라 이사회를 운영하는 제도 또한 새로 도입하면서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한앤코 DNA’를 이식했다.
◇경영권 쥔 한앤컴퍼니, 이사회 제도부터 ‘한앤코 스타일’로
한앤컴퍼니 체제를 맞이한 남양유업의 가장 큰 변화는 집행임원제도 도입이다. 집행임원제도는 업무집행 기능과 감독 기능 분리가 핵심이다. 이사회는 집행임원의 선임·해임을 비롯해 회사의 주요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과 경영상황 감독을 맡는다. 집행임원은 내린 의사결정 내용을 위임 받아 이행하는 데 주력한다.
집행임원제도는 2011년 상법개정을 통해 법률상 제도로 도입됐다. 하지만 오너가 중심이 돼온 국내 기업들의 특성상 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은 흔치 않다. 하지만 한앤컴퍼니는 그간 투자한 주요 포트폴리오 회사들에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운영해오고 있다.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 쌍용C&E, 루트로닉, 에이치라인해운, 케이카, 한온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경영을 맡는 대표집행임원에는 김승언 경영지배인이 선임됐다. 김 대표집행임원은 앞서 홍 전 회장이 선임한 인물이다. 한앤컴퍼니는 다시 한번 ‘정통 남양맨’인 그에게 남양유업 경영권을 맡겼다. 김 대표집행임원은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2001년 남양유업에 입사한 이후 생산전략본부장, 수석본부장을 거쳐 상무까지 오르며 20년 이상 남양유업에만 몸담은 정통 남양맨이다.
집행임원제도 도입에 따라 대표이사가 이사회 구성원에서 빠지면서 남양유업의 이사회는 총 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 홍 전 회장 체제에서 대표이를 포함한 5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던 것과 비교해 1명이 줄었다.
◇한앤코, ’베테랑’ 경영인 남양유업에 수혈
지난 5월 말 기준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1명 등으로 구성돼있다. 모두 한앤컴퍼니가 새로 선임한 인사들이다. 이들 가운데 이명철 사외이사를 제외한 3명은 모두 한앤컴퍼니 소속이다. 이명철 사외이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전 이사장으로 현재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를 맡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로 남양유업 이사회에 합류한 윤여을 회장과 배민규 부사장은 한앤컴퍼니 소속 전문 경영인이다. 윤 회장은 한앤컴퍼니에 합류하기 전 소니뮤직 코리아의 전신인 CBS 레코드 한국지사를 세우고 20년간 소니코리아를 이끌었다. 최고경영자(CEO)로서만 20년을 살아온 ‘베테랑’ 전문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 회장은 한앤컴퍼니 설립 초창기에 합류해 줄곧 포트폴리오 기업 경영을 맡아왔다. 한앤컴퍼니가 인수해 6년 만에 인수가격 2배 이상에 매각한 웅진식품은 그가 맡았던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기업이다. 윤 회장은 현재 남양유업뿐만 아니라 한앤컴퍼니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인 한온시스템, 쌍용C&E, 케이카, 루트로닉 등 여러 곳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배민규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배 부사장은 모건스탠리 아시아 PE에서 투자업무를 맡다 한앤컴퍼니에 합류했다. 10년 넘게 한앤컴퍼니에 몸담으며 포트폴리오 기업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윤 회장과 함께 한온시스템, 루트로닉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동춘 한앤컴퍼니 부사장은 남양유업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유일한 사내이사다. 이 부사장은 소니코리아에서 부사장을 역임했던 인물로 10년 이상 한앤컴퍼니에서 투자집행 및 투자대상회사의 경영지원 업무를 맡아 왔다. 이 부사장은 한앤컴퍼니의 또다른 포트폴리오 기업인 SK디앤디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다 남양유업 사내이사로 합류하던 시점에 맞춰 중도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