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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SK하이닉스는 내부거래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는 대신 내부거래 심의·의결 기능을 감사위원회에 부여하고 있다.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다수 내부거래를 의결했으며 SK실트론과의 거래에 대해서는 부결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상반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SK하이닉스는 255점 만점에 184점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견제기능' 지표에서 45점 만점에 30점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지표에서 점수가 낮았던 이유 중 하나는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의 통제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 5점 만점에 3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THE CFO '2024 이사회 평가'는 내부거래위원회가 내부거래 업무를 전담할 경우 최고 점수(5점)를 부여한다. ESG위원회, 지속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위원회에서 내부거래 업무를 병행할 경우 3점을 준다. 위원회 형태가 아닌 조직이 내부거래 업무를 수행할 경우 최저 점수(1점)를 부여한다.
SK하이닉스는 상법에 따라 별도 기준 자산총계가 2조원 이상일 경우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외에 지속경영위원회, 인사·보상위원회, 미래전략위원회 등 3개 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거래 업무를 전담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두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감사위원회에서 내부거래 업무를 병행한다. 관련 항목에서 3점을 받은 이유다. SK하이닉스는 감사위원회를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며 위원 총수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최소 1인 이상의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를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평가 기준 시점인 지난해말 감사위원회는 4인의 이사로 구성됐으며 위원 전원이 사외이사였다. 감사위원장은 공인회계사로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인 윤태화 사외이사가 맡았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치면서 위원 구성도 변했다. 위원수는 4인으로 유지됐으며 감사위원장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한애라 사외이사가 맡았고 감사위원에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인 양동훈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감사위원회 회의는 총 12회 열렸으며 계열사와의 거래 관련 의안이 다수 포함됐다. △지주사 SK(3·6·9·12월) △SK실트론(7·8·12월) △나래에너지서비스(7월) △SK스페셜티(12월) △SK트리켐(12월) △SK텔레콤(12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12월) △SK하이이엔지(12월) △충청에너지서비스(12월) 등 계열사와의 거래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쳤다. 상표권 사용료 거래, 반도체 소재 거래, 도시가스 거래 등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의안이 무난히 가결됐지만 주목할 점은 지난해 7월 SK실트론과의 거래에 대해 감사위원 전원(4인)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된 점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선급금 지급 및 양도담보 설정 타당성에 대한 추가 보고 및 재심의 필요'를 부결 이유로 공시했다.
SK하이닉스는 감사위원회 교육에서도 내부거래 관련 보고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이사회사무국 주체로 열린 감사위원회 교육에서 앞서 3월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된 김정원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내부거래 관리 현황이 보고됐다.
SK하이닉스 측은 "내부거래위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외이사 4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에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거래 심의·의결 기능을 하고 있다"며 "필요시 공정거래법상의 대규모 내부거래 외에도 모든 계열사와의 거래 현황을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