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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사모펀드 품에 가더니 이사회 전열부터 바꿨다

설립 51년만 경영권 손바뀜, IMM PE식 집행임원제도 도입

김지효 기자  2024-08-28 08:38:57

편집자주

기업들은 성장의 변곡점을 맞이할 때마다 이사회 구성에 큰 변화를 준다. 외부에서 재무적투자자(FI) 및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했거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기업분할 등 큰 변화가 일어나면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이사회도 바뀌기 마련이다. THE CFO는 기업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여다 본다.
한샘은 1973년 설립된 국내 1세대 토종 인테리어 기업이다. 5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샘의 경영권이 바뀐 건 2021년이다.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전 명예회장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에 경영권을 넘겼다.

IMM PE 체제에 돌입한 이후 한샘의 이사회는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가장 큰 변화는 집행임원제도 도입이다. 집행임원제도는 통상 이사회가 가지고 있는 업무감독기능과 업무집행기능을 분리해 이사회는 감독을, 집행임원은 업무 집행을 맡는 구조다. 미국의 오피서(officer) 제도나 일본의 집행역 제도가 집행임원제도의 모델이다. 국내에는 2011년 상법 개정을 통해 국내에 도입됐다.

집행임원제도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점에서 선진적인 지배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오너 중심으로 경영되는 곳이 많은 국내 기업 특성상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PEF 운용사가 경영권을 인수한 일부 기업에서나 간혹 볼 수 있다.

IMM PE는 한샘 이외에도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에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IMM PE 관계자는 "기업에 따라 집행임원제도가 알맞은 곳이 있고 오너가 책임경영을 위해 이사회와 경영까지 모두 맡는 게 알맞은 곳이 있다"며 "사모펀드는 특성상 매일 투자기업에 출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사회에 참여해 방향 설정과 미션을 부여하고 집행임원이 이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달성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주거나 해임하는 방향이 더 알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집행임원제도 시행, 'IMM PE'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과반 차지

IMM PE으로 경영권을 넘기기 전 한샘 이사회는 총 8명의 구성원 중 5명이 사내이사였다. 당시 조창걸 한샘 회장을 비롯해 한샘의 강승수 대표이사 회장, 이영식 부회장, 안흥국 사장, 최철진 경영지원실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최 실장을 제외하면 1990년대에 입사해 조 회장과 동고동락한 임원들이다.

한샘 이사회가 현재의 모양을 갖춘 건 2021년 12월 말이다. IMM PE은 경영권 인수 이후 이사회 자리를 하나 줄여 7명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중 4명은 기타비상무이사로 모두 최대주주인 IMM PE 소속이다. 나머지 3명은 사외이사다.


IMM PE가 경영권 인수 직후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며 한샘 이사회는 '감독'을 맡을 IMM PE의 핵심 인물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해준 IMM PE 투자부문 대표, 송인준 IMM PE 대표, 김정균 IMM홀딩스 부사장 등은 경영권 인수 직후 한샘 이사회에 진입,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이사회에 진입했던 박진우 IMM PE 이사만 지난해 3월 유헌석 IMM PE 투자본부 부사장과 교체됐다. 이해준 대표와 송인준 대표, 김정균 대표 등은 IMM PE가 투자한 다른 포트폴리오 기업의 이사회에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IMM PE 체제에 들어서며 사외이사도 모두 교체됐다. 기존 신태균, 전재훈, 박종헌 사외이사는 사임하고 차재연, 김상택, 최춘석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차재연 사외이사는 KT와 관련 계열사에서 재무 및 경영기획 총괄 임원을 지낸 재무 전문가다. 김상택 사외이사는 서울보증보험 전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로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금융 및 재무 전반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다. 최춘석 사외이사는 롯데쇼핑 슈퍼사업부 전 대표이사로 산업전문가다. 롯데쇼핑이 IMM PE가 한샘 인수를 위해 꾸린 펀드에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연결고리가 있기는 하지만 최 사외이사는 롯데쇼핑 측 인사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IMM PE 집행임원제도로 ‘신상필벌’, 김유진 대표 체제 실적 턴어라운드

한샘 이사회는 경영 전문가인 김진태 전 대표에게 첫 대표집행임원 자리를 맡겼다. 김 대표는 맥킨지 출신 컨설턴트로 위니아만도, 현대카드, ADT캡스, 티몬, 지오영그룹 등을 거친 인사다. 하지만 김 대표는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1년 반 가량 대표집행임원을 지내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결국 '믿을맨' 김유진 IMM PE 부사장이 그 바통을 넘겨받았다. 김 부사장은 두번째 한샘 대표집행임원으로 지난해 8월 취임했다. 김 부사장은 IMM PE가 인수한 기업들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투입돼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온 인물이다. 1981년생인 그는 카이스트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MBA)를 졸업했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2009년 IMM PE에 입사했다. 그의 손을 거친 할리스에프앤비, 에이블씨엔씨 등이 실적을 대폭 개선했다.

IMM PE가 집행임원제도를 통해 보여주려 했던 신상필벌 효과는 분명했다. 김 부사장이 대표집행임원을 맡은 이후 한샘은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출처=THE CFO.

한샘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9639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9840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금흐름도 대폭 개선됐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572억원으로 전년 동기 240억원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김 부사장은 대표 취임 이후 비효율적인 매장을 개편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B2B사업을 축소하는 등 비용 효율화에 나섰다. 체질 개선 효과 덕분에 한샘은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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