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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2년' SK마이크로웍스 이사회, 한앤코 색채 뚜렷

'기타비상무' 3인 구성, 집행임원제 채택…'상장추진' 자회사 솔루션즈, 사내이사 3인 체제

박동우 기자  2024-09-13 10:45:55

편집자주

기업들은 성장의 변곡점을 맞이할 때마다 이사회 구성에 큰 변화를 준다. 외부에서 재무적투자자(FI) 및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했거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기업분할 등 큰 변화가 일어나면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이사회도 바뀌기 마련이다. THE CFO는 기업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여다 본다.
과거 SKC 필름 사업부문이던 SK마이크로웍스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인수된지 2년이 지났다. 이사회에는 한앤컴퍼니의 색채가 뚜렷하게 배어들었다. '경영 감독'과 '업무 실행'을 이원화하는 지향점이 반영됐다.

한앤컴퍼니 출신 기타비상무이사 3인으로 구성하고 집행임원제를 채택한 점이 방증한다. 반면 상장 추진에 나선 자회사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의 경우 '사내이사 3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상법에 따른 상장사 이사회 요건을 감안해 사외이사 영입 등 인적구성을 한층 다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감독·업무실행 이원화 지향점

SK마이크로웍스는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SKC 필름사업을 인수하면서 닻을 올린 기업이다. 필름사업은 SKC 태동기 성장을 이끄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국내 최초로 폴리에스터(PET) 필름을 출시한 이래 고도성장 국면에서 회사의 주력 매출처로 안착했다. 2021년 당시 연결기준 매출 1조1319억원 가운데 33%가 필름부문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하지만 SKC 경영진은 2022년으로 접어들면서 필름사업을 정리하는 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했다. 친환경차,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 중장기 시장 확대가 전망되는 분야로 사업을 개척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소재나 반도체 소재 방향으로 사업 중심축을 조정해야 하는 만큼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커졌다. 배터리용 동박 생산에 특화된 SK넥실리스(옛 KCFT)를 2019년 인수한 뒤 차입 부담을 완화하는 과제까지 감안하면 필름사업 처분은 필연적이었다.

한앤컴퍼니가 SKC의 필름사업 인수에 관심을 드러내며 매각 추진은 빠르게 진전됐다. 딜(Deal)은 2단계에 걸쳐 진행했다. 우선 SKC 산업소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SKC미래소재(현 SK마이크로웍스)를 설립했다. 이후 한앤컴퍼니가 신설 법인 SKC미래소재의 지분 일체를 매입하는 동시에 필름 가공 자회사 SKC하이테크앤마케팅(현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까지 인수했다. 거래하는데 투입된 자금은 1조5950억원이었다.


2022년 11월 SKC미래소재가 첫 출범했을 당시 이사회는 SKC에서 발탁한 사내이사 3인으로 구성됐다. 이용선 대표를 비롯해 김윤회 컴플라이언스본부장, 김선혁 BM혁신그룹장이 포진했다. 이후 재편된 SK마이크로웍스 이사회에는 인수 주체인 한앤컴퍼니 인사들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전면에 등장했다. 윤여을 회장이 이사회 의장 겸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았고 이동춘·조성관 부사장 역시 합류했다.

한앤컴퍼니는 피인수 회사에 적용하던 집행임원제를 SK마이크로웍스에도 고스란히 적용했다. 기존 이용선 대표의 직책을 집행임원으로 변경한 대목이 방증한다. 경영을 둘러싼 감독과 업무 이행을 이원화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사회는 기업 경영상 핵심사항을 둘러싼 의사결정을 내리는 한편 경영진을 모니터링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대신 집행임원에게는 이사회 의결사항을 전달 받아 실행하는 과업을 부여했다.

◇솔루션즈 '사외이사 영입' 인적구성 다변화 전망

SK마이크로웍스 이사회는 경영 실태를 관리하면서 '자본이익률'을 핵심 모니터링 지표로 설정했다. 자본이익률은 영업이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비율로 2023년 말 연결기준 6.7%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폴더블 스마트폰 커버윈도용 소재가공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의하고 올 들어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손잡고 폴리에스터(PET) 필름사업 합작법인(JV)을 론칭하기로 결정하는 등 굵직한 사안을 풀어나갔다.

기타비상무이사 3인으로 이뤄진 SK마이크로웍스 이사회와 달리 자회사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방으로 이뤄졌다. 이용선 SK마이크로웍스 집행임원이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신용선 경영기획본부장 역시 2022년 12월 인수 이래 사내이사직을 수행해 왔다. 나머지 한 자리는 전영제 인사실장이 맡고 있었으나 2023년 12월에 사임하면서 오태균 사내이사가 이어받았다.


최근 들어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가 기업공개(IPO)를 모색하면서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상장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내면서 증시 입성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한앤컴퍼니가 인수한 2022년에는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11억원으로 매출 대비 11.2%였으나 지난해에는 22.7%(1014억원)로 대폭 신장한 만큼 실적 성장성을 무기 삼아 상장 추진에 나섰다.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의 작년 말 별도기준 총자산은 4249억원이다. 상법 제542조의8에 따라 상장사는 전체 이사진 가운데 25%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다만 최근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2조원을 웃돌 경우 사외이사를 3명 이상으로 배치하되 이사 총원의 과반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사례를 감안하면 SK마이크로웍스 역시 사외이사를 최소 1명 충원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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