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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기아 '레저·하이브리드' 업고 질주, 돋보이는 퍼포먼스

[경영성과]⑧'실적·주가·재무' 우수성 입증…12개 지표 중 11개 항목, 시장 평균치 웃돌아

박동우 기자  2024-09-12 14:45:21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사회 존립 목적은 기업의 경영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직결된다. 한 해 동안 이사진이 숙고하면서 내린 의사결정은 사업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탁월한 경영 성과를 달성한 기아의 이사회도 1년간 수많은 의사결정을 했다.

기아는 레저용 차량(RV)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 호조를 등에 업고 질주했다. '실적·주가·재무' 모두 우수한 수준을 드러내는 등 퍼포먼스가 돋보였다. 영업이익이 11조원으로 전년대비 60% 불어나고 시가총액도 1년새 24조원대에서 40조원까지 급증했다. 이사회 평가에서도 경영성과 영역 12개 지표 가운데 11개 항목에서 시장 평균치를 웃돌며 탄탄한 경쟁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영업익 전년대비 60% 늘어, 시장 평균 '역성장'과 대조

THE CFO는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올 5월에 공시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등을 기반으로 주요 기업 이사회를 평가했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의 6대 지표를 토대로 기아의 이사회 운영 실태와 활동 내역을 살펴본 결과 255점 만점에 199점을 시현했다.

전체 11개 항목이 반영된 경영성과 부문은 △투자 △경영성과 △재무건전성 등 3대 분야로 세분화했다. 투자 지표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총주주수익률(TSR) 등이 포함됐고 경영성과 데이터는 매출·영업이익 성장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등으로 구성했다. 재무건전성 지표로는 부채비율,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수와 이자보상배율을 선정했다.


총 55점이 배정된 경영성과 영역에서 기아는 51점을 얻었다. 5점 기준으로 환산하면 4.6점을 기록하면서 구성, 참여도 등 6대 부문을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시현했다. 1점으로 집계된 PBR을 제외한 나머지 지표에서 모두 5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KRX 300 소속 비금융기업의 2023년 지표 중 상·하위 10% 기업 데이터를 제외하고 산정한 평균값 대비 20% 이상 아웃퍼폼했다는 의미다.

기아의 경영성과 점수가 탁월한 건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결실과 맞닿아 있다. 연결기준 매출이 99조8084억원으로 2022년 86조5590억원과 견줘 15.31%(13조2494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7조2331억원에서 11조6079억원으로 60.48%(4조3748억원) 늘었다. -2.42%로 역성장을 시현한 시장 평균치와는 대조적인 모양새다. 글로벌 연간 자동차 판매량 역시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300만대를 넘겼다.


호실적을 구현한 이면에는 기아 경영진의 투트랙(two-track) 전략이 주효했다. 우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놓인 레저용 차량(RV)을 판매하는데 힘을 실었다. 스포티지, 쏘렌토, 텔룰라이드 등 등 일찌감치 대중적 인기를 얻은 RV 차종을 다수 보유한 강점을 활용했다. 자연스레 해외 시장에서 차량 1대당 판매가격(ASP)이 지난해 1분기 평균 2만4154달러(3236만원)에서 4분기 2만5168달러(3372만원)로 4.2%(1014달러) 상승했다.

하이브리드차(HEV) 마케팅에 주력하는 접근법도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침체된 '캐즘(chasm)' 현상과 맞물려 친환경차 사업의 돌파구로 작용했다. 지난해 소매 기준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 57만6000대 가운데 HEV가 30만6000대로 65.3%를 차지했다. 전년대비 증가율 역시 HEV가 20.8%(5만3000대)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15.5%), 순수 전기차(15.3%)를 압도했다.

◇시총 1년새 '24조→40조' 급증, 차입 대응력도 '탄탄'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밸류업(value-up)' 정책에서 강조되는 핵심 지표 역시 실적 증대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기업이 주주자본을 활용해 창출한 이익률을 의미하는 ROE는 20.44%로 KRX 300 소속 비금융기업 277개사 가운데 상·하위 10% 기업을 제외한 평균치 6.28%를 크게 웃돌았다. ROA 역시 11.38%로 시장 평균 3.76%보다 7.62%포인트 높았다.

'역대급' 실적으로 증시에서 각광을 받은 덕분에 지난해 기아 주가도 순풍을 탔다. 2023년 초 6만원대에 머물렀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탔고 연말에는 10만원까지 도달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역시 24조9298억원에서 40조2044억원으로 61.3%(15조2746억원) 불어났다. 주가수익률이 62.6%를 시현하면서 시장 평균치 25.74%를 대폭 상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주가 우상향의 근간에는 기아 경영진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책도 한몫 했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총액을 최소 20%, 최대 35%로 견지하는 기조를 수립했다. 단순히 배당에만 국한하지 않고 2027년까지 해마다 최대 500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를 사들인 뒤 매입량의 50%를 소각하는 방안도 세웠다. TSR이 71.7%로 KRX 300 비금융사 평균 27.64%보다 40%포인트 넘게 웃돈 배경이다. 배당수익률 역시 5.6%로 시장 평균 1.42%보다 높았다.

재무건전성 역시 매우 양호한 수준을 시현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73.18%로 KRX 300 비금융기업 평균 91.96% 대비 18.78%포인트 낮았다. 자기자본 46조5582억원으로 총부채 34조696억원의 1.4배 가까운 규모를 기록했다.

보유한 유동성이 20조5331억원으로 총차입금 4조1276억원보다 16조4054억원인 순현금 상태인 점도 돋보인다. 차량 제조·판매 본업을 수행하며 남긴 이익으로 차입금 이자에 대응할 여력 역시 탄탄하다. 이자보상배율이 63.8배로 시장 평균 9.72배를 훨씬 능가하는 대목이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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