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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PE 체제 7년차 에이블씨엔씨, 이사회 변화 뜯어보니

‘집행임원제도’ 도입에도 일부 이사회 구성원 경영·감독 겸직 사례

김지효 기자  2024-08-29 08:23:56

편집자주

기업들은 성장의 변곡점을 맞이할 때마다 이사회 구성에 큰 변화를 준다. 외부에서 재무적투자자(FI) 및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했거나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기업분할 등 큰 변화가 일어나면 의사결정 최상단에 있는 이사회도 바뀌기 마련이다. THE CFO는 기업의 중요한 순간마다 이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여다 본다.
에이블씨엔씨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2000년대 초반 당시 33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화장품을 판매하며 로드샵 열풍을 이끌었다. 하지만 2016년을 정점으로 실적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화장품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중국에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 인기가 급감한 데 영향을 받은 탓이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가 에이블씨엔씨의 경영권을 사들인 건 2017년이다. IMM PE는 경영권 인수 이후 이사회부터 ‘IMM PE 스타일’로 바꿔나갔다. 기존 창업주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는 IMM PE 인력들로 모두 물갈이됐다.

집행임원제도도 도입했다. 집행임원제도는 이사회의 업무감독기능과 업무집행기능의 분리가 핵심이다. 이사회는 감독을, 집행임원은 경영을 맡는다. 하지만 실적이 꺾인 이후 경영권을 인수한 탓일까. IMM PE는 에이블씨엔씨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가 대표집행임원을 겸직하도록 해 경영과 감독을 분리하지 않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었다.

◇경영권 손바뀜 이후 이사회 규모 확대, IMM PE 소속 기타비상무이사 '과반'

IMM PE에 인수되기 전 에이블씨엔씨 이사회는 총 5명으로 운영됐다. 창업주인 서영필 전 에이블씨엔씨 대표를 비롯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으로 구성됐다. 당시 이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성균관대’였다. 서영필 전 대표와 이광열 에이블씨엔씨 전 부사장의 출신학교다. 당시 이사회 구성원 5명 중 4명이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IMM PE가 경영권을 인수하고 2017년 6월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에이블씨엔씨의 이사회는 대폭 변화됐다. 규모부터 달라졌다. 기존 5명으로 운영되던 이사회는 7명으로 커졌다. IMM PE가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는 모두 빠지고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로만 이사회가 구성됐다.

새롭게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한 5명 중 4명은 IMM PE 소속으로 채워졌다. 송인준 IMM PE 대표이사를 비롯해 당시 김영호 IMM PE 수석부사장, 이해준 IMM PE 부사장, 김정균 IMM PE 상무 등이 이사회에 참여했다. 서영필 전 대표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남으면서 IMM PE와 공동 경영을 이어갔다. 그러다 약 1년 반 뒤인 2018년 12월 서 전 대표는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이사회에서도 내려왔다. 서 전 대표의 빈 자리는 사외이사가 채웠다.

서 대표가 물러난 이후 기타비상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총 7명의 이사회 구성은 올해 상반기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IMM PE 소속 이해준 대표, 송인준 대표, 김정균 부사장은 여전히 이사회 구성원으로 남아있다. 김유진 IMM PE 사장은 2021년 6월 이사회에 합류한 이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밖에 전규안 숭실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이은철 전 더블유컨셉코리아 대표이사,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이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난히 잦았던 대표집행임원 교체, 경영·감독 분리 안돼

IMM PE는 인수 직후 에이블씨엔씨에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했다. 집행임원제도는 기업 경영과 감독을 분리해 경영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기고 이사회는 감독에만 집중하는 제도다. 하지만 IMM PE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지난 7년 동안 대표집행임원과 이사회 구성원이 분리되지 않은 기간이 더 길었다.

이해준 IMM PE 대표는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서 활동하면서 대표집행임원을 겸직했다.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대표집행임원을 맡은 김유진 IMM PE 부사장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하며 이사회 활동과 경영을 함께 맡았다. 지난해 김 부사장의 뒤를 이어 대표집행임원으로 신유정 이사가 선임된 이후에야 경영과 감독이 온전히 분리됐다.

대표집행임원 교체도 잦았다. 지난 7년 동안 모두 10번의 대표집행임원 변동이 있었다. 이광열 전 에이블씨엔씨 부사장이 첫 대표집행임원을 맡았지만 한달도 되지 않아 당시 정일부 IMM인베스트먼트 부사장으로 변경됐다.

2017년에는 P&G와 LG생활건강에서 경력을 쌓은 이세훈 대표집행임원이, 2020년에는 피자헛, 케이옥션, 쏘카, 한독 등에서 경력을 쌓은 조정열 현재 에이블씨엔씨 부회장이 대표집행임원으로 선임됐지만 단독 대표집행임원을 맡은 시기는 모두 더해도 5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이세훈, 조정열 대표 모두 재직 기간의 대부분을 이해준 IMM PE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집행임원을 맡았다.

현재 단독 대표집행임원을 맡고 있는 신유정 대표는 지난해 8월 취임했다. 김유진 IMM PE 부사장이 에이블씨엔씨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후 2년 만에 한샘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신 대표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 대표는 1983년생으로 IMM PE가 앞서 투자했던 할리스에프앤비에서 브랜드 전략본부장을 맡아 실력을 인정받으며 입사 2년 반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당시 인연으로 김유진 부사장이 에이블씨엔씨 대표집행임원을 맡았던 2021년 10월 에이블씨엔씨에 영입됐다. 그는 상품본부, 플랫폼본부, 마케팅본부, D2C본부 등을 관장하는 브랜드전략부문장을 맡다 지난해 대표집행임원으로 선임됐다.

신 대표는 김유진 부사장이 본격화한 에이블씨엔씨의 실적 개선을 완수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 에이블씨엔씨는 2020년 영업손실 680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이후 점차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영업손실 224억원을 냈지만 2022년에는 영업이익 100억원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114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51억원, 2분기에는 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도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줄곧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올해 2분기 매출은 65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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