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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포스코홀딩스 자사주 소각의 역사, 비장의 카드 털었다

⑧2001~2004년 민영화, 2022년 지주사전환 '계기'…2024년 주주환원 강한 '의지'

김현정 기자  2024-07-16 07:19:37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포스코홀딩스는 과거 총 다섯 차례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2000년 민영화를 계기로 2001~2004년까지 연달아 4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소각한 바 있다. 이후 18년 동안 단 한번도 소각 사례가 없다가 2022년 자기주식을 소각했다. 지주사 전환을 앞둔 중대한 시기였다. 그리고 최근 다시 자사주 소각의 문을 열었다.

올해의 경우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과거 사례처럼 큰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적이 크게 개선된 상황도 아니다. 그동안 모아뒀던 자기주식을 모두 털어낼 만큼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는 건 주주환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는 과거 포항제철 시절인 2000년 민영화를 기점으로 자기주식 소각을 시작했다. 산업은행 보유 지분 매각이 이뤄지는 가운데 해외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주가부양을 위한 가시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자사주 소각 관련 규정이 2001년 8월부터 발효된 것도 구체적인 실무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 배경이 됐다. 정부는 2000년부터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증권거래법 개정을 추진했고 당시 주주환원 정책에 관심을 둔 기업들이 연초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소각을 위한 정관 변경 작업을 해뒀다. 포항제철도 그 중 하나였다.

8월 1일 관련 규정이 공포되자 마자 포항제철은 상장기업 최초로 이사회에서 이익소각을 결의했다. 포항제철은 그달 말일 발행주식총수의 3%인 290만주를 소각했다. 전년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산업은행으로부터 매입한 자기주식을 그대로 소각시켰다.

이를 시작으로 포항제철은 연달아 총 4개년도 동안 자사주를 소각했다. 2022년 11월 280만주(3%)를 소각한 데 이어 2003년 7월 180만주(2%)를 소각했다. 2004년 10월에도 180만주(2%)를 소각했다. 2001년부터 2004년에 걸쳐 총 929만4000주, 발행주식총수의 10%를 시장에서 없앴다.

주주가치 제고 목적에 충실하려면 자기주식 매입 이후 통상 소각 작업까지 뒤따라야 한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주식을 아예 없애는 것으로 유통주식수는 물론 총 발행주식수도 줄게 된다. 이때 1주당 가치가 증가하는 한편 회사의 성장성이 높게 평가돼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게 된다. 포스코도 민영화 이후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힘입어 당시 주가가 날개를 달았다.


이후 포스코는 한참을 자사주 소각 없이 지냈다. 임직원 포상 및 장기근속자를 위한 자사주 처분(양도)는 더러 있었지만 자사주 소각 결의는 오랜 시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2022년 1월 18년 만에 자사주 처분을 결정했다.

당시는 포스코홀딩스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때였다. 포스코는 기업집단과 달리 오너가 없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낮아 사실상 소액주주를 설득하지 못하면 지주사 전환이 불가능했다. 업계는 포스코의 자사주 소각이 연초 지주사 전환을 안건으로 한 임시주주총회를 겨냥한 것으로 바라봤다. 전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명분도 충분했다. 포스코는 그렇게 2022년 1월 총 발행주식수의 3%인 260만주를 소각했다.


2년 뒤인 최근 포스코홀딩스는 발행주식총수의 6%에 해당하는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총500만주, 2조원 규모를 소각하기로 했다. 당장 올해는 7622억원어치를 소각한다. 기보유분 2%(169만주)에 더해 신규 취득분 0.3%(25.5만주)를 합친 금액이다.

이번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은 포스코홀딩스가 사실상 주주환원 정책에 쓸 수 있는 모든 자사주를 다 털어내는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10%가량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4%에 해당하는 자사주는 현재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돼 있다. 포스코가 2021년 9월 1일 발행한 11억유로 규모의 외화 해외교환사채가 발행일에 교환청구된 것으로 간주돼 바로 예탁됐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이번 여섯 번째 자사주 소각엔 포스코홀딩스가 주주환원정책에 힘을 실어야 하는 때라는 판단이 엿보인다. 철강 사업이 몇 년째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데다 새 성장동력인 2차전지는 아직 날개를 달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포스코그룹의 두 축 모두 당장의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 이 가운데 대규모 자사주 소각은 포스코홀딩스 주주들을 잡아둘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특히 최근 포스코홀딩스가 펼쳐왔던 투자 우선 정책 못지않게 주주환원에 공을 들이겠다는 시그널로 풀이될 수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수년 간 Capex 규모는 크게 늘리는 한편 2022년부터 배당금 지급을 줄여왔다. 2021년 배당금 지급액이 1조3109억원에서 2022년 1조2184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작년엔 8155억원까지 줄였다. 작년 배당금은 전년 대비 33%나 감소했다. 잠시 주춤했던 주주환원 금액을 이번 자기주식 소각으로 만회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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