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그룹에서 적극적인 투자 역할을 하고 있는 포스코홀딩스. 지주사 자체에 상당히 큰 자금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포스코홀딩스는 자체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금을 확보하고 있을까.
지주사의 수입 중 자회사들로부터의 배당수익은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포스코홀딩스는 물적분할 당시 남겨놓은 철강 관련 지분을 포스코에 양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물적분할 이후 무려 2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포스코에서 포스코홀딩스로 움직였다. 이는 최근의 포스코홀딩스 2차전지 사업 투자에 든든한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가 현재 진행 중인 2차전지 관련 설비 투자금액은 총 4조3000억원가량이다. 이 가운데 3조원가량을 이미 투자했고 올 초 기준으로 1조3400억원가량의 투자가 남아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주사인 만큼 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 즉 사업으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한다. 대부분의 지주사가 그러하듯 자회사들의 배당수익이 주 수입원이 된다. 2023년엔 1조1883억원가량의 배당금을 수취했다. 거액의 투자를 직접 진행하고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며 여타의 운영비를 지출하기엔 빠듯한 금액이다.
한편 포스코홀딩스의 2023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4조3169억원이다. 주 수익원인 배당수익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렵다. 포스코홀딩스가 거액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루트는 다름 아닌 포스코였다.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포스코에 파는 방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022년 3월 포스코와 물적분할된 뒤 2022년 11월 그 후속작업으로 철강 관련 타법인 57개사의 주식을 포스코에 이관했다. 철강사업 경영효율성 제고 및 사업포트폴리오 정리 일환이었지만 이와 동시에 포스코홀딩스는 지분 양도 대가로 포스코로부터 총 1조1427억원가량의 현금을 수취하게 됐다.
이듬해인 2023년 8월에도 같은 유형의 거래가 있었다. 철광 관련 사업지분 4개사의 주식이 포스코홀딩스에서 포스코에 넘어갔다. 계약금액은 1조1000억원가량이다. 이렇게 포스코홀딩스에서 포스코로 넘어간 철강 관련 타법인 지분액은 물적분할 이후 2조2000억원을 넘어선다.
만일 물적분할 당시에 해당 철강 관련 타법인 지분들을 포스코 밑에 두는 식으로 함께 넘겼다면 포스코홀딩스는 타법인 주식가치만큼 포스코의 주식을 더 많이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철강 타법인 주식들을 포스코홀딩스에 남겨놓고 시간 차를 둔 뒤 포스코에 이관함으로써 포스코홀딩스는 현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돈에 꼬리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포스코홀딩스가 직접 투자 중인 2차전지 사업의 상당 부분은 이렇게 보유하게 된 유동성으로 조달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거래는 SK그룹 등이 분할 이후 후속작업에서 자주 보이는 방법이다.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은 SK온을 물적분할한 후 2021년 12월 남겨놓은 SK Future Energy (Shanghai) Co., Ltd 주식을 SK온에 매각했다. 390억원가량의 현금이 SK온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들어갔다.
티맵모빌리티는 2020년 10월 SK텔레콤 모빌리티 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설립됐는데 2021년 2월 SK텔레콤에 남아있던 캐롯손해보험 지분 20%과 GRAB GEO HOLDINGS PTE. LTD. 지분 30% 를 각각 201억원, 306억원에 사왔다.
가장 최근 거래는 올 4월 SK디앤디와 SK이터닉스 사이에 있었다. SK디앤디는 올 3월 SK이터닉와 인적분할했는데 한 달 뒤인 4월 SK이터닉스가 SK디앤디에 남아있는 에너지 자회사(진도산월태양광발전 주식회사 등 16개) 지분을 사들였다. 총 처분금액은 581억원으로 SK디앤디가 현금으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