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그룹의 지주사다. 다만 보통의 지주사와는 역할이 사뭇 다르다. 일반적으로 지주사들이 그룹 컨트롤타워로서의 관리·감독 및 신사업 발굴의 역할을 하는 것과 달리 포스코홀딩스는 이를 넘어서 신사업 직접투자 및 육성을 주된 사업으로 한다.
포스코홀딩스의 현재진행형 투자를 살펴보면 2차전지 관련 투자가 대부분이다. 이는 포스코퓨처엠이 원래 담당했어야 할 사업들이다. 하지만 아직 성장 중인 포스코퓨처엠에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만큼 이를 지주사가 함께 분담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대부분 지주사는 별도 사업은 하지 않고 그룹 전반의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계열사 간 사업의 중복을 막고 그룹 전체적인 전략을 세워 하나의 방향성으로 그룹사들을 이끌어 나가는 한편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발굴하는 일을 한다. LG와 롯데, 한화, GS 지주사 등이 현재 이런 기능들을 담당하는 중이다.
하지만 포스코홀딩스는 여기에 더해 신사업 직접 투자 및 육성을 주된 역할로 하고 있다. 신사업을 발굴해 관련 자회사들에 투자 지시를 하는 식이 아닌 직접 지분 투자를 하거나 설비 투자를 해 사업을 키우는 중이다. 2022년 3월 2일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를 물적분할해 지주사가 된 뒤를 살펴보면 굉장히 많은 투자가 포스코홀딩스 자체적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3월 23일 포스코홀딩즈가 주체로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엔 대만의 전고체 배터리 전문회사 프롤로지움홀딩스에 지분 투자를 했다. 리튬이나 전고체 배터리 분야는 포스코퓨처엠의 사업과 관련돼있지만 포스코홀딩스가 직접 나서서 투자했다.
같은 해 7월엔 포스코홀딩스가 테라테크로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테라테크로스는 실리콘음극재 생산기술 보유 스타트업인데 홀딩스가 직접 인수 후 완전자회사로 만들고는 포스코실리콘솔루션으로 사명을 바꿨다. 홀딩스는 이듬해 1월 여기에 600억원 가까이 출자를 했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4월 연산 550톤 규모의 실리콘음극재 공장을 준공한 상태다.
포스코홀딩스는 2022년 10월엔 GS에너지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2차전지 리사이클 사업을 골자로 하는 ‘포스코GS에코머티어리얼즈’를 세우기로 했는데 포스코그룹 쪽 설립 주체는 역시 홀딩스였다.
2023년 들어서는 6월 13일 국내 최초 2차전지용 수산화리튬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바로 8일 후인 6월 21일엔 포스코홀딩스와 CNGR, 포스코퓨처엠 3사가 합작해 니켈정제 및 전구체 사업을 하기로 했다. 이 투자는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이 함께 들어가는 케이스였다.
2023년 11월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을 준공했다. 광석리튬 기반 수산화리튬 생산공장이다. 12월에 더블유스코프코리아와 '리튬 생산용 전기투석막 공동개발 및 국산화 협력' MOU를 체결한 주체도 역시 포스코홀딩스였다.
이렇듯 포스코홀딩스 자체 투자의 대부분은 2차전지와 관련돼있다. 사실상 포스코퓨처엠이 맡아야 하는 투자지만 홀딩스가 진행하는 이유는 포스코퓨처엠의 자금 사정에 있다. 홀딩스가 현재 진행 중인 설비투자금액은 총 4조3000억원을 넘어선다. 현재 남은 금액만 해도 1조3400억원이 넘는다. 포스코퓨처엠이 그룹 전체적으로 밀고 있는 2차전지 사업 모두를 관장하기엔 자금력이 부족하다.
포스코퓨처엠은 2010년 카보닉스(음극재) 인수, 2019년 포스코ESM 합병을 통해 지금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자로 탈바꿈한 회사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는 곳이고 포스코홀딩스 주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업적 측면에서는 아직 작은 규모에 불과하다.
2023년 포스코퓨처엠 매출은 4조7600억원가량으로 같은 기간 포스코홀딩스 연결기준 매출액(77조1300억원)과 비교하면 6%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체 순이익은 작년 44억원 정도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한 해 동안 4400억원 적자를 냈다.
포스코퓨처엠에서 직접 투자하는 사업들도 사실상 자체 차입에 더해 2021년 모회사 포스코의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조 단위 자금수혈 등으로 이뤄져왔다. 현재 자금 소진으로 추가 유상증자를 기다리는 상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