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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형제의 난·자율협약…금호석유엔 어떤 일이

[Up] ②높았던 부채비율, 그룹 차원 인수에 차입 동원된 계열사들

박기수 기자  2024-07-05 07:53:50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구조에는 스토리가 있다. 어떤 기업이 현재의 재무구조를 갖추기까지에는 수많은 원인이 있다. 경영자의 크고 작은 판단과 급변하는 외부 환경을 비롯해 기업집단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리스크 혹은 이슈까지 모두 '원인'에 포함된다. THE CFO는 재무구조를 개선한 기업들의 스토리를 기록한다. 한 기업의 재무상태가 어떤 원인 때문에 어려워졌었고,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 요소가 무엇이었는지 조명하며 현 재무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아본다. 반대로 어떤 기업의 재무 상황이 악화됐을 경우 그 배경과 원인에 주목해본다.
어떤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의 역사가 있었다는 점은 다시 말해 한 때는 재무적으로 상당히 어려웠다는 것을 뜻한다. 2010년대 초반 자율협약 시기를 거쳐 정상기업으로 거듭난 금호석유화학도 마찬가지다. 흔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패착의 역사라고 하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가 꼽힌다. 일련의 사건들이 그룹이 아닌 '금호석유화학'이라는 단일 기업에는 어떤 재무적 영향을 끼쳤을까.

◇아시아나·대우건설까지 종속기업으로 품었던 금호석유

시계를 18년 전으로 돌린 2006년 말, 금호석유화학의 연결 부채비율은 430%였다. 부채만 21조원이 넘었다. 2006년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패착'이라고 꼽히는 대우건설 인수가 있던 해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 이전에도 금호석유화학의 부채비율은 상당히 높았다. 2004년 말에는 539%, 2005년 말에는 484%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시기 부채비율이 낮았다.

금호석유화학의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았던 이유는 당시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오너 일가가 최상위 지주회사 한 곳을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지주회사 체제와 달리 당시 박삼구·찬구 회장 일가는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을 동시에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의 최대주주였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을, 아시아나항공은 금호렌터카(현 롯데렌탈)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금호석유화학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됐다. 당시 2~3조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이 모두 금호석유화학의 연결로 잡혔던 셈이다.


◇대우건설 인수 동원된 금호석유 자회사들

대우건설 인수 당시 부채'비율'은 이전 대비 낮아졌지만 부채의 절대 규모는 단숨에 불어났다. 금호석유화학의 2005년 말 연결 부채총계는 13조8344억원, 2006년 말에는 21조963억원으로 7조2618억원이 1년 만에 증가했다.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차입금이 불어난 탓이다.

금호석유화학 계열에는 어떤 영향이 있었을까. 총 6조4056억원의 금액이 투입된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금호그룹 측의 자금 투입은 2조8757억원이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1조6296억원, 2492억원을 태웠다.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석유화학 자회사인 금호타이어는 3988억원과 4985억원을 투입했다. 양 사의 별도 재무구조가 악화한 직접적 요인이다. 실제 금호석유화학의 부채비율은 2006년 말 225%로 2005년 말 135% 대비 90%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금호산업 계열 연결 해제, 대한통운 인수·금호타이어 부진 동반 여파

그러던 금호석유화학에 '재무 변곡점'이 찾아온 것은 2007년 4월이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오너 일가가 두 회사를 지배하는 것은 같으나 금호석유화학→금호산업의 고리를 끊는다는 것이 개편 작업의 핵심이었다.

결국 2006년 이후 1년 만에 금호석유화학의 금호산업 지분이 32.97%에서 20.06%로 하락하며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대우건설 등이 연결 자회사에서 지분법 적용 회사로 지위가 바뀌었다. 이에 금호산업 계열이 보유하고 있던 부채가 한 번에 줄어들었다. 21조원이 넘었던 부채는 1년 만에 6조510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랬던 금호석유화학 연결 재무에 또 한 번의 영향을 준 것은 2008년 대한통운 인수다. 당시 대한통운 유상증자의 주역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었지만 금호석유화학의 자회사들이었던 금호렌터카와 금호피앤비화학도 포함됐다. 소수 지분이었지만 양 사가 대한통운 지분 인수에 약 5000억원의 자금 투입이 있었다. 2008년 말 금호석유화학의 부채총계가 1년 만에 약 2조원이 늘어 8조7512억원까지 늘었다.


대한통운 인수 이후 직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곧바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서브 프라임 사태의 여파와 대한통운 인수에 대우건설이 동원되면서 대우건설의 주가가 '급락'한 것이 큰 타격이었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엑시트시 주식을 주당 3만2500원에 되사주는 '풋백 옵션' 조항을 넣었는데 당시 대우건설의 주가가 1만원대 초중반까지 하락하면서다. 결국 유동성을 마련하지 못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재매각하기에 이른다.

이 시기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오너십을 구축했다. 박삼구 회장과의 분쟁 과정에서 금호산업의 주식을 팔아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율을 확보하면서다. '형제의 난'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에서 벗어나 현재의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초석이 됐다.

금호석유화학과 그룹에 치명타를 날린 것은 금호타이어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차입금 조달로 이자비용을 감내하고 있던 금호타이어는 2006년 이후 연속 순손실을 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1852억원, 7929억원이라는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채권단 체제가 시작된다. 금호산어보가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으로, 금호석유화학은 자율협약을 맺었다. 금호타이어는 차등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의 금호타이어 지분율은 1%대로 낮아지며 사실상 지배권을 잃었다. 당해 말 금호석유화학의 연결 부채와 자본은 각각 3조2278억원, 8931억원이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우건설, 금호렌터카, 금호타이어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최상위회사이자 대규모 고래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던 금호석유화학은 4년 만에 단출한 모습으로 재무개선을 시작했다. 2010년 말 금호석유화학의 종속기업은 △금호피앤비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폴리켐 △금호개발상사 △금호알에이시(금호렌터카 운영사) △금호페트로홀딩스(중국) △상해금호일려소료(중국)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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