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2010년부터 금호석유화학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었다. 2년 연속 약정 매출 목표를 달성하고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출 것, 자체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자율협약 졸업 후 잔여채무를 변제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리고 약 3년 뒤인 2012년 말 금호석유화학은 빠르게 채권단 관리를 졸업했다.
채권단 관리를 벗어난 이후 금호석유화학은 졸업 이전의 재무 기조를 이어가면서 현 시점 재무 우량기업으로 거듭났다. 금호석유화학의 재무기조 핵심은 '영업활동현금흐름 내 제한적인 투자'다. 그 기조는 현재 시점에도 유효하다.
◇재무개선의 바탕, 꾸준한 영업활동현금흐름
투자와 재무활동을 살펴보기 전에 금호석유화학이 빠르게 채권단 관리를 졸업하고 재무구조 안정화를 넘어 '우량화'를 할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배경에는 꾸준한 영업활동 성과가 있다. 2010년 자율협약 체제 이후 현재까지 금호석유화학은 매년 2000억원, 최대 2조원이 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한다.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을 잘 유지하며 운전자본 관리도 매년 잘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2010년 자율협약 체제가 시작됐을 때 금호석유화학은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4450억원을 기록했다. 현금흐름이 가장 부진했을 때에도 2000억원대 현금을 꾸준히 뽑아냈다. 2000억원대 현금흐름을 기록했던 해는 2012년(2455억원), 2013년(2877억원), 2016년(2968억원)이다.
이후 2010년대 후반 팬데믹이 찾아오면서 라텍스 등 금호석유화학의 주요 제품 스프레드가 '폭발'했다. 2019년 5577억원의 현금을 영업에서 뽑아낸 금호석유화학은 2020년에는 7715억원, 2021년에는 2조1270억원을 영업에서 창출했다. 2022년과 작년에도 각각 5135억원, 6307억원의 현금흐름을 기록했다.
◇꼭 필요한 투자만 버는 범위 내에서
돈을 아무리 잘 벌어도 투자가 과도하면 재무구조가 훼손되기 쉽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은 2010년 이후 자본적지출(CAPEX)과 신규 인수·합병(M&A)을 영업활동현금흐름 내에서만 단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꼭 필요한 투자는 하되 재무구조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한 셈이다.
2010년대 금호석유화학의 주된 시설투자로는 △2012년 여수에너지 증설 투자(4258억원) △2015년 율촌 바이오매스 발전소 신규 시설투자(830억원) △2021년 NB-Latex 생산설비 신설(2765억원)이 대표적이다. 수년에 걸친 CAPEX 투자가 이뤄졌지만 현금흐름 상으로 보면 매년 기록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대부분 액수가 적다.
신규투자 인수 역시 2021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금호리조트 인수(2404억원) △금호홀딩스(홍콩) 인수(150억원) △금호폴리켐 지분 인수(1513억원) 말고는 큰 현금 지출이 없었다.
실제 금호석유화학은 '자회사 지분 취득과 CAPEX 집행을 위한 현금 순유출량'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비교하면 매년 후자가 대부분 더 많았다. 1년에 영업으로 현금을 벌면 투자할 것을 다 하고도 현금이 남았다는 뜻이다. 2012년(-1328억원)과 2013년(-598억원)을 제외하면 매년 적게는 최소 300억원대부터 많게는 1조3892억원(2021년)의 현금이 남았다. 2021년은 팬데믹으로 금호석유화학이 수혜를 입었던 해다.
◇14년간 순상환만 1.5조, 벌어서 빚 갚는 선순환 구조 구축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에서 돈을 벌고 필요한 투자를 모두 집행한 후 남는 돈으로 빚을 갚는' 이상적인 상황이 매년 이어졌다. 2012년과 2013년, 2016년과 2023년을 제외하면 금호석유화학은 2010년 이후 매년 차입금 순상환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차입금 순상환액을 모두 더하면 1조5079억원이다.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약 1000억원의 차입금을 14년 동안 꾸준히 갚았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주주 배당도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이어왔다. 자율협약에 들어간 2010년을 제외하면 금호석유화학은 매년 배당금을 조금씩 풀었다. 2011년 이후 작년까지 별도 기준 배당금지급 누적액은 9116억원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부터 별도 당기순이익의 25~35%를 지급한다는 주주환원 정책을 세웠다.
2022년부터는 자기주식도 취득하고 있다. 2022년에는 1501억원, 작년에는 1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6년까지 보유한 자기주식의 50%를 분할 소각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의 부채비율은 자율협약 체제에 들어섰던 2010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2010년 말 부채비율은 361%였으나 올해 1분기 말 부채비율은 41%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