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어닝쇼크'에 해당했다. 시장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이 기간 66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막상 발표된 영업이익은 366억원에 불과했다.
어닝쇼크는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곤 한다. 애당초 어닝쇼크라는 명칭 자체가 시장 예상보다 미달하는 실적을 거둘 경우 주가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붙여졌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어닝쇼크를 겪고도 주가 급등세를 시현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이 발표된 29일 회사의 주가는 전날 대비 8.85% 오른 채 장마감을 맞았다.
◇실적 악화에도 '투심' 쏠린 이유는
금호석유화학의 주가가 상승한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 측도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1년간은 석유화학 사업의 시장상황이 침체되며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던 만큼 갑작스런 상승세에 투자자들도 당황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의 주가가 급격하게 오른 이유에 대해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금호석유화학과 더불어 SK㈜·삼성물산·태광산업 등 다수의 기업도 별다른 이유없이 주가가 올랐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라는 사실이다. PBR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현재 회사의 시가총액이 순자산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기업가치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금호석유화학의 PBR은 지난해 3분기 기준 0.58배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탈피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다음달 중 도입할 예정이다. PBR이 1배 미만이 기업들이 저평가를 해소할 방안을 발표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저PBR 기업 중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내놓지 않는 곳의 경우 정부가 리스트를 만드는 내용 등도 검토 중이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따라 PBR을 1배까지 높이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실제 금호석유화학의 주가가 꿈틀대기 시작한 시점도 지난 23일부터다. 금융위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대해 발표한 것은 지난 17일이다. 즉 예상치보다 낮은 실적에 대한 충격보다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던 셈이다.
◇지속적 주주환원 확대, 실적에 달렸는데
금호석유화학이 저PBR주로 주목받은 이유는 재무구조가 우량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여력이 충분하다고 시장에서는 판단한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부채비율은 37.1%로 나타났다. 2022년 말 대비 1.2%포인트(p)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채비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차입금의존도도 14.2%로 안정돼 있다.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 금호석유화학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정책을 실시하는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다. 단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주주환원 정책으로 애써 높여놓은 기업가치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확률이 크다. 주주환원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실적은 중요하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7% 감소한 3589억7749만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시장상황이 악화되며 수익성이 하락한 결과다. 올 1분기에는 '바닥'을 탈출하겠지만 실적 정상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복권에 성공한 박찬구 회장과 아들인 박준경 대표이사 사장 등 경영진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시장·제품별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해 수익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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