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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팬데믹을 거치며 막대한 이익을 쓸어담은 금호석유화학은 재무구조도 한 층 더 안정된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그룹의 품을 벗어나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현재 금호의 주인은 석유화학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2010년대 초반 채권단의 관리를 받을 때와 비교하면 180도 다른 모습이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의 동일인인 박찬구 회장의 고민은 이제 '승계'로 쏠린다. 대상자는 장남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이다. 이미 그룹의 핵심인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은 일부 승계됐다고 볼 수 있다. 박 사장은 현재 직급도 '사장'이면서 이사회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표이사는 백종훈 사장이지만 박 사장 역시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일원으로 주요 현안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소유'다. 금호석유화학은 동일인인 박찬구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이 비교적 낮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7.14%, 7.65%다. 장녀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부사장의 지분율은 1.04%다. 기타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을 모두 합한 지분율은 26.73%다.
채 30%가 되지 않는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오너 기업 기준 높은 수치는 아니다. 심지어 금호석유화학은 특수관계인들이 두 진영으로 갈라져 있다. 박 회장 측과 '조카의 난'을 일으킨 당사자이자 금호석유화학 단일 주주 기준 최대주주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 측이다.
현재 박 전 상무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9.1%다. 여기에 박 전 상무의 모친 김형일 여사(0.09%)와 세 누나들인 박은형·은경·은혜 씨(각 0.53%)도 있다. 코스모그룹 회장인 허경수 회장도 지분 0.05%를 보유 중이다.
박 전 상무 측 지분율이 빠진 박 회장과 박 사장 측의 지분율은 15.89%까지 하락한다. 오너 경영 체제의 기업집단 중 오너 측이 지주회사나 최상위회사의 지분율을 20%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
박 회장 측의 낮은 지분율은 '조카의 난' 그 자체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현재 박 회장 측과 박 전 상무 측의 지분율 차이는 5.05%포인트에 불과하다. 박 전 상무는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거쳐 주주 제안에 나섰다. 두 번 모두 금호석유화학의 승리로 종결됐다.
박준경 사장으로의 지분 증여 과정에서도 증여세 등 영향으로 증여 후 지분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작년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로 다시 복귀하며 경영에 복귀한 만큼 증여 문제는 신중히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