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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분쟁' 금호석유-차파트너스, 양 측 주장 분석해보니

보유 현금 1조 이상, 우수한 재무구조 보유…그래도 전량 소각은 부담

박기수 기자  2024-03-12 15:05:18
금호석유화학과 차파트너스자산운용 간의 의견 충돌 지점 중 하나는 바로 '자기주식'이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금호석유화학은 절반만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한다.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화학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주주가치 제고'를 꼽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2024년 1월 말 기준 지난 3년간 금호석유화학의 주가가 고점 대비 58%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또 주주수익률(TSR) 또한 해외 동종업계 및 국내 화학사 대비 최하위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저평가의 원인으로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자사주'를 언급한 셈이다.

◇'조카의 난' 이후 급등한 주가로 기준 잡은 차파트너스

실제 차파트너스의 주장대로라면 이는 맞는 말이다. 2021년 중 금호석유화학의 주가는 1주 당 약 28만원까지 갔었다. 올해 1월 말 주가가 11만원선까지 떨어졌으니 약 60% 하락했다는 차파트너스의 분석은 '팩트'인 것은 맞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의 분석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차파트너스는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주주가 2021년 1월 말 주주제안 당시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시점을 기준으로 당사 주가를 계산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박철완 전 상무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고 금호석유화학의 주가가 '슈팅'된 후를 기준으로 "주가가 떨어졌다"고 주장하니, 이는 적절치 않은 분석이라는 게 금호석유 측의 주장이다.

금호석유는 반박 자료를 통해 "큰 이벤트가 없었던 2020년 말 시점을 기준으로 주가 추이를 분석하면 금호석유화학의 최근 5년 및 3년 TSR은 각각 79.7%, 4.3%로 경쟁사 평균 68.2%, -7.3%를 상회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즉 금호석유화학은 박 전 상무 측에 의한 분쟁이 없었다고 가정하면 주가 하락을 주장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 셈이다.

실제 금호석유화학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2020년 말 이후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SK이노베이션 △SKC 중 주가 흐름 순위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SKC보다는 낮지만 SK이노베이션, 한화솔루션, LG화학 등보다는 높으며 코스피 평균과 비슷하다. 3년 TSR도 국내 화학사들 중에서 유일하게 '플러스'다. 다만 일본 화학사인 쿠라레(Kuraray, 42.2%), JSR(53.1%)에 비해서는 낮다.


◇자사주로 불확실한 미래 대비하겠다는 금호석유

가장 큰 쟁점은 자사주를 얼마나 소각하는 지다. 차파트너스는 자사주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형태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량 소각을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은 '100% 소각'은 무리고 50%만 소각한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로 유동성 관리를 들었다.

금호석유화학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침체기가 길어짐에 따라 회사의 재무 건전성 약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동시에 M&A를 통한 사업의 확장 또는 새로운 기회의 모색을 위해 재무적 유동성 관리가 중요한 시기"라면서 "재무 안정화에 집중하면서도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는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자본 비용이 증가하는 시기에는 재무탄력성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추후 경영 상황에 따라 자사주를 이용한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자사주가 현 오너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일 것이라는 차파트너스 측 주장에 금호석유화학은 "경영권 방어 등 주주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형태로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회장과 장남 박준경 사장 측의 경영진이 금호석유화학을 장악하고 있는 현 구도에서 자사주를 이용한 사업 확장은 결국 박 회장 측의 우호지분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예를 들어 자사주를 매각해 외부 투자자를 유치한다면 결국 그 투자자는 박 회장 측 우호 지분이 될 수밖에 없다.

◇자사주 없어도 기초체력 튼튼한 금호석유, 그래도 전량 매각은 부담

금호석유화학이 향후 투자를 위해 자사주를 아껴야 할 정도로 여유가 없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금호석유화학은 2022년 6월 전기차와 바이오·친환경 소재·NB라텍스 분야에 5년 간 6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자 규모가 상당한 것은 맞으나 금호석유화학은 보유 현금도 많고 재무 기초체력도 탄탄하게 다져놨다.

무엇보다 수익성에 큰 타격이 없다. 팬데믹 시기 수혜로 2020·2021·2022년 영업이익률 15.4%, 28.4%, 14.4%를 기록하는 호실적을 거뒀지만 작년에도 영업이익률 5.7%이라는 견조한 수익성을 보였다. 이는 팬데믹 수혜가 있기 이전인 2010년대 영업이익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금흐름은 오히려 2022년보다 좋아졌다. 작년 금호석유화학의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307억원으로 2022년 5135억원 대비 22.8% 개선됐다. 영업이익은 줄었으나 2022년에 있었던 대규모 법인세 납부 효과도 작년에는 없었고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 관리를 통해 2022년 대비 더 많은 현금을 뽑아냈다.


현금성자산도 작년 말 별도 기준 약 1조3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별도 현금성자산 3085억원에 단기금융상품 9893억원을 합한 값이다. 연결 부채비율은 36.8%, 별도 부채비율은 37.9%로 영업부채 외 금융부채에 대한 부담도 매우 적은 수준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소각하지 않고 남기겠다는 자사주 절반에 대한 시장가격은 현재 기준 약 35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사주가 향후 투자에 있어 '핵심' 재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재무상황을 근거로 자사주 전량 소각을 정당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합성수지 등 기성 사업들의 비중이 여전히 80%를 상회하는 곳이다. 배터리, 신소재 등 미래 먹거리에 수조원을 투자하는 경쟁사들에 비해서 투자 활동이 비교적 더디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차파트너스 측의 자사주 전량 소각은 재무적 부담 요소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사업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의 현금창출력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자사주를 꺼낼 수 있다"라면서 "다만 전량을 다 소각하면 미래 사업 투자 기회와 더불어 유사시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는 카드를 잃어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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